박차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술위원

설날 장모님을 찾아 뵙고 세배를 드렸다. 후에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사진을 보여주며 "영정사진"이라고 했다. 이렇게 좋은 날 무슨 말씀이냐고 되물었다.

그런 후에 또한 옷을 보여주셨다. 내가 죽으면 입고 갈 "수의"라고 하신다. 주위 친구분들이 세상을 떠나시니 자신도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전면 시행된 2018년 2월 4일부터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가 원할 경우 의사의 확인을 거쳐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됐다.

연명의료 결정제도 도입 이후 1년 만에 11만5259명이 사전에 의향서를 작성하고 임종과정에 있는 3만6224명이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월 '웰다잉법' 혹은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근거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통과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다.

웰다잉(Well Dying)은 살아온 날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고령화와 가족 해체 등 여러 사회적 요인과 맞물려 등장한 현상이다.

또한, 노인 1인 가구 증가로 가족의 도움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의식이 퍼졌다.
건강 체크로 고독사를 예방하고 그동안의 삶을 기록하거나 유언장을 미리 준비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웰다잉을 실천할 수 있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자 기업과 복지관 등에서는 비문 짓기부터 사후 신변 정리까지 웰다잉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연명치료 중단기준에 대해서는 '환자가 연명치료 중단 의지가 있고 의식이 있을 때'와 '중단 의지가 있으나 의식이 없을 때', '환자가 의식이 없고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를 알 수 없을 때'의 세 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환자가 의식이 없다면 가족이나 의사가 환자의 의지를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가족 2명 이상의 진술 일치가 필요하다.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했던 것도 개정해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의 합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2월4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의 지역별 현황은 경기(27.2%), 서울(26.1%), 충남(8.9%) 순이며, 제주지역은 159명으로 전국평균 236명보다 다소 낮게 나타났다.

1년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3만 6224명이었다. 전체 대상자 중 성별로는 남성이 2만1757명(60.1%)으로, 여성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2만8519명으로 상당수(78.7%)를 차지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주요 질환으로는 암(59.1%)이 다른 요인보다 가장 많았다.
가족 결정(2명 이상 진술 또는 가족 전원합의)에 따른 경우는 67.7%로 아직까지는 가족 중심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막연하게 기다리는 죽음이 아닌 '죽음을 맞이하는 품위 있는 죽음'으로서의 웰다잉을 위해 노인들의 특성에 맞게 개발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죽음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돕고, 웰다잉 프로그램과 삶의 질, 죽음불안, 자아통합감을 증진해 행복한 노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요구되는 현실임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볼 수 있다.

고령사회 시대에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고 존엄한 삶을 마무리하

는 것도 중요하게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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