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부차장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이나 질병, 신체장애, 사망 등을 말한다.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면 근로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따라 재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산재보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근로자들이다.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된 삼성전자와 백혈병 환자들간의 법정 분쟁은 무려 11년이나 끌어오다 지난해 11월 23일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의 공식사과와 보상 약속으로 일단락됐다.

이는 업무상사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근로자가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반올림'은 삼성의 사과와 대책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의 근무환경과 백혈병 발병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지지부진한 과정에서 2014년 2월 황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돼 사회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산재 신청·인정받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늘어나면서 근로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고등법원은 사업주로부터 "반장이라는 사람이 무슨 작업을 이따위로 하느냐"는 등 심한 질책을 받은 직후 일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공사현장 작업반장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질책을 받은지 불과 10분 후라는 점과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실신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받았다.

앞서 10일에는 서울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던 배달 근로자가 사업주가 참석한 저녁모임에 참여했다가 사업주의 오토바이를 몰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진데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또 직장내 성추행 피해가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서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권리 찾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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