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시복 건설협회 제주도회 회장

외형적 성장 불구 내부 경쟁 심화 공공공사 적자 등 내홍
노후·신규 인프라 투자 확대, 미분양 해소 대책 우선순위
"빈 집·빈 상가 제도권 관리 등 다각적 해소 방안 찾아야"

"힘들다고 하면 더 힘들어진다. 정말 힘든지, 뭐가 힘든지 제대로 짚어야 한다"

저성장 흐름으로 돌아선 제주 경제에 대해 이시복 대한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 회장은 '냉정'을 주문했다. "현 상황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사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지역 건설업은 2015년과 2016년 연평균 21.1%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성장률이 8.7%였던 것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종합건설업체 건설계약액이 2014년 전년대비 1.5%, 2015년 1.4%, 2016년은 2.1%까지 늘었다. 하지만 2017년 1.3%로 둔화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는 그 폭을 키웠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등 지역경기 조사기관이 파악한 자료는 더 우울하다. 지난해 제주지역 미분양주택은 1295호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후 가장 많았다. 대규모 개발 사업과 인구 유입 증가 등의 분위기를 탔던 2017년 1271호로 전년(271호) 대비 1000호나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16년 90호에서 2017년만 530호, 지난해 750호까지 늘었다.

주택 건설 시장도 덩달아 고전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주택 인허가 실적은 7372호로 전년 1만4163호와 비교해 47.9% 감소했다. 최근 5년(2013~2017년) 평균 1만3913호에 비해서도 47.0% 줄어든 규모다. 공동주택 분양실적도 전년(2817호)보다 41.0% 줄어든 1663호에 그쳤다. 5년 평균치(3920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를 통틀어 건설업 취업자가 3000명 넘게 줄었다.

외형적으로는 호황이었지만 건설업 내부 사정은 좋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종합건설사 영업이익이 10분의 1로 하락했다. 공공공사 적자 시공비율도 37.7%나 됐다. 적격심사제와 낙찰 하한율 유지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시장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곤욕을 치었다.

현재 건설업회 도회에 등록한 회원사는 502곳이다. 2010년 383곳에서 100곳 넘게 늘었다. 2~3년 사이 소규모 공사를 하던 업자들이 사업체 등록을 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그리고 지난해만 12곳이 자진 폐업했고 3곳은 등록말소 절차를 밟았다. 2017년 자진폐업 4곳·등록말소 4곳이던 상황이 더 나빠진 결과다. 올 들어서도 이미 2곳이 자진 폐업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에 있어 이 회장은 노후·신규 인프라 투자 확대와 미분양 해소 대책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건설업회 제주도회가 한국건설연구원과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 용역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11조 규모의 핵심 인프라사업 추진 때 가계소득 5765억원, 민간소비 4087억원 창출은 물론 1만7200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며 "미분양 주택만이 아니라 상업용 건물까지 고려할 때 공공주택 등을 짓는 것 보다 빈집이나 빈 상가를 제도권 안에서 소모할 수 있는 기준 완화 방안을 먼저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빈 집이 늘어난 데는 공급 증가 영향도 있겠지만 각종 금융 규제로 집을 살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완만한 하락세를 타고 있지만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경기 불안에 자금력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미분양 주택 해소 위한 방안으로 제주개발공사의 주택매입사업 확대를 언급했다. 기준을 완화해 원도심의 소규모 이상 주택을 활용하면 미분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체 주택 시장에 대한 분석 없이 수요 위주로 진행하는 공공주택 사업의 한계도 꼬집었다.

이 회장은 "빈 집이 남아있는데 새 집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자칫 시장을 교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 내부의 수급 조절 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여지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사업 등을 조기 발주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위축 정도가 심한 토목 분야를 해소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이 회장은 "투자유치 사업에 지역업체 공동도급 비율 명시하는 것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장기미집행 도시계획 시설 매입을 통한 신규 사업 발굴 등 행정과 건설업이 호흡을 맞춰 해결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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