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 의료원장

지난 4월에 전국 109개 기초자치단체가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 공모에 지원하여 이 가운데 8개 시군구가 선정되어 6월부터 2년간 선도사업을 시작한다. 

제주도에서는 제주시가 장애인 선도사업에 선정되었고 서귀포시는 지난주에 8개 추가사업자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어 노인 돌봄 사업을 할 계획이다. 중앙정부에서 사업을 구체적으로 정해주는 탑다운 방식이 아니고 각 지자체가 지역사회 실정에 맞는 사업을 디자인해서 다양한 형태의 선도사업을 자주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2년 뒤 선도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형 지역사회 통합 돌봄 모델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은 앞으로 읍면동의 주요한 업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은 영어로 말하면 커뮤니티 케어다. 지역사회가 노인을 돌보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그동안 만성질환관리, 방문간호 등 여러 커뮤니티 케어가 있었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 이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인구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부머세대가 돌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효를 강조하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이 집안어르신을 부양했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핵가족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자 요양병원과 소위 시설이라고 불리는 요양원이 가족 대신 노인을 돌보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어린이집은 점차 줄어들고 요양원, 요양병원은 계속 늘고 있다.

시간만 다를 뿐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되고 돌봄을 받아야 한다.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케어를 받아야하는 때가 되면 지금의 요양원, 요양병원 체계로는 감당이 안 된다. 시설도 절대적으로 모자라지만 그 막대한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하나. 케어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이런 시설은 정말 가기 싫을 것이다. 처음에는 거부하다가도 결국은 자식들 눈치 보느라 어쩔 수 없이 가게 된다. 한 방에 많은 사람이 누워있는 낯선 시설에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는 심리적 부담은 엄청날 것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 체계도 지금까지의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일본과 유사한 커뮤니티 케어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프면 병원에 입원했다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자기 동네에 있는 그룹홈에서 마을사람들과 같이 지내다가 완전히 회복하면 원래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일본에는 이런 그룹홈이 5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읍면동마다 하나씩 있는 셈이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의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주거, 여가생활, 건강 등 삶의 모든 것을 포함한 토털 케어 즉 포괄적 개념의 돌봄이다. 인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자신이 살던 동네, 자기 집에서 동네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의 마지막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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