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이제는 관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지난 23일 양심적 병역 거부자 8명이 제주지방법원 항소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전투게임 접속기록으로 폭력적 성향 등을 단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향후 재판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종교적 신념과 양심적 거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10개 항목을 마련했다.

종교 가입 여부와 실제 종교활동 여부, 가정환경 및 학교생활 등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 게임 접속 여부까지 사실 확인을 법원에 요청했다.

다양한 무기를 이용해 상대방과 겨루는 ‘서든어택’과 ‘배틀그라운드’ 등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 접속 여부도 종교적 신념과 양심적 병역 거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게임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게임에 접속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은 10여년전 총으로 사람을 쏘는 게임을 여러 차례 하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만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상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의 특성을 고려할 때 특정시기에 다소간 폭력성을 내포한 게임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현실에서도 폭력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종교적 신념 내지 양심이 진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는 없다”며 “이제는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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