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이불 채취 혈액 정밀 재감정서 졸피뎀 확인
전문가 "평정심 유지…우월적 지위 분노에 차 범행"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피의자 고유정(36·여)이 범행 과정에 이를 사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키 160㎝ 내외의 고유정이 180㎝가 넘는 건장한 체구의 피해자를 어떻게 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도록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고유정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유정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어있던 피해자의 혈액을 확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재감정을 요청한 결과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국과수는 혈액이 미량이라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이번 정밀 재감정을 통해 수면제 성분이 혈액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경찰 수사 결과 고유정은 제주로 내려오기 전인 지난달 17일 충청도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고, 인근 약국에서 졸피뎀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고유정은 감기 등 증세로 약 처방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이후 약 사용처나 잃어버린 경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2일 검찰 송치를 앞둔 시점에서 경찰은 고유정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수법, 진술의 신빙성 여부 등을 밝히기 위해 프로파일러 6명을 투입하는 등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범행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10일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고유정은 범행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 오후 3시 28분께 태연하게 마트에서 범행 과정에서 쓰고 남은 물품을 환불하고 빠져나가는 장면이 담겨있는 등 엽기적인 행각이 드러나고 있다.

범죄심리전문가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유정은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심리적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아들의 양육권을 통해 우월적 지위에서 전 남편에게 고통을 줬는데, 남편이 소송에서 면접교섭권을 얻게 되자 분노에 차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심리이기 때문에 범행동기를 끝까지 밝히려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고유정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찰은 범행 도구들을 미리 준비한 점과 휴대전화로 살인도구 등을 검색한 사실과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철저히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과수는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유해로 추정되는 뼈와 살해 장소인 펜션 하수구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에 대한 유전자 감식에 들어갔다. 피해자 모발 감식 결과는 1주일, 뼈 골수 유전자 검사는 3주 가량 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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