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결과 발표...지난달 10일부터 범행 준비
수면제 성분 검출에 범행도구 등 증거물 89점 압수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검찰 송치를 하루 앞두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피의자 고유정(36·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고유정이 살인부터 시신 훼손, 유기, 증거 인멸까지 범행 보름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경찰서 4층 회의실에서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브리핑을 갖고 피의자 고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은닉 등 혐의로 12일 구속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에서 9시16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씨(36)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지난달 27일 오후 11시30분 펜션에서 퇴실하기 전까지 약 이틀간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완도행 여객선에서 오후 9시30분부터 7분 가량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했고, 지난달 29일에는 경기도 김포 가족 명의의 아파트에서 남은 시신을 2차 훼손한 뒤 31일 새벽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조사에서 고씨는 "피해자가 성폭행을 하려고 하자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했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보름 전인 지난달 10일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다.

고씨가 범행 전에 휴대전화로 니코틴 치사량, 살인도구, 시신 유기 방법 등을 검색한 사실과 제주에 오기 전날인 지난달 17일 충북 소재 병원·약국에서 '졸피뎀' 성분이 들어있는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한 점, 펜션에 들어가기 사흘 전인 22일 제주시 한 대형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고무장갑, 종량제봉투 등을 구입한 점 등이 계획 범죄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씨는 펜션 퇴실 이전에 범행 흔적을 없애는가 하면 김포에서 시신을 2차 훼손할 때는 벽이나 장판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커버링 테이프, 방진복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피해자 혈흔 재감정 결과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고, 고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1·2차 시신 훼손 당시 사용한 도구 등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범행 준비나 범행에 이용된 도구 등 증거물 89점을 압수했다.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고씨가 수면제를 사용하고, 범행부터 체포 때까지 동행인이 없었던 점,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하는 장면 등에 미뤄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박기남 서장은 "펜션 천장에 혈흔이 비산됐다"며 "피해자는 수면제를 복용한 몽롱한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에서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찔려 숨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유정 행적 및 범행 일지

5월 17일 고유정 충북 병원서 수면제 처방
5월 18일 고유정 차량 끌고 배편으로 제주 입도
5월 22일 마트서 흉기 등 범행도구 구입
5월 25일 테마파크서 전 남편, 아들과 만남
5월 25일 오후 8시~오후 9시16분 전 남편 살해
~5월 27일 오전 11시30분 퇴실 전까지 시신 훼손
5월 28일 제주항서 완도행 여객선 탑승 및 해상 시신 유기
5월 29일 경기도 김포 가족 소유 아파트서 시신 2차 훼손
5월 31일 새벽 시신 종량제봉투에 담아 분리수거장에 유기
6월 1일 경찰 충북 청주 주거지서 고유정 긴급체포
6월 4일 고유정 구속
6월 5일 경찰 신상정보공개 결정
6월 5일 인천 재활용업체서 피해자 추정 유해 발견
6월 10일 국과수, 피해자 혈흔서 수면제 검출
6월 12일 고유정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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