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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줄고사리와 실고사리, 진정한 덩굴고사리는 누구

기사승인 2019.06.16  13: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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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줄고사리라는 양치식물이 있다. 나무나 바위에 붙어사는 착생식물이다. 간혹 상당히 건조함직한 바위에도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습기가 많은 바위나 나무 표면에 붙어 있다. 곶자왈 중에서는 주로 해발고가 다소 높은 낙엽활엽수림에 산다. 아주 늙은 구실잣밤나무 등걸에 붙어 있는 것을 빼고는 여타의 상록수에서는 여간해서 보기 어렵다. 이것은 이 식물이 유독 상록활엽수를 싫어한다기보다 어느 정도 햇빛이 들어오는 곳을 선호하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이 종은 넉줄고사리과에 속하는데 세계적으로 35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넉줄고사리 1종만이 자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종도 상당히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사는데, 그 영역을 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인도아대륙에서 인도차이나반도를 거쳐 중국, 일본에 걸쳐 있다. 분포상황을 보면 비교적 온난한 지역임을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전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도 북으로는 랴오닝성까지 분포한다고 하니 꽤 추운 곳에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넓은 지역을 영토로 삼다보니 자라는 곳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게 분화했다. 그러니 학자들은 이런 지역적 차이를 인정하여 학명을 제각각 따로 붙인 경우가 있다. 반면에 일부는 어느 정도 형태가 다르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건 연속적인 변이일 뿐 종으로 인정할 만큼의 차이는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여 하나로 통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내용을 감안해 보면 같은 종을 두고 학명이 서로 다른 여러 개가 존재하기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넉줄고사리의 학명을 무어와 베이커라는 두 학자가 1891년 발표한 '다발리아 마리에시'를 쓰고 있지만 중국에선 1828년 불룸이라는 학자가 발표한 '다발리아 트리코마노이데스'와 같은 종이라는 입장에서 이 학명을 인용하고 있다. 이건 사실 1종 1학명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언젠간 바로 잡아야하는 부분이다. 그러니 화원에서 여러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 넉줄고사리 종류들은 모두 한 종이다. 

넉줄고사리는 뿌리줄기가 굵은 것은 직경이 5㎜에 달할 만큼 굵다. 그런데다 갈색이나 회색이 도는 비늘이 두툼하게 그 표면을 덮고 있다. 이런 뿌리줄기의 모양이 매우 기이하고, 여름엔 잎이 무성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편 실고사리과의 실고사리는 하록성 양치식물이다. 실고사리과는 전 세계에 40 종, 우리나라에 1종이 있다. 푸른 잎은 여름에 볼 수 있으며, 겨울에는 사그라진다. 우리말 이름 실고사리는 실 같은 줄기가 길게 벋는데서 나왔을 것이다. 영어 명칭은 포도나무모양고사리라 한다.  모두가 덩굴성이라는 특징을 강조한 이름들이다. 

곶자왈이 아니더라도 제주도의 해안가나나 저지대의 양지바른 곳에 흔히 자란다. 민가의 돌담 틈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우리나라 전북, 전남, 경남의 해안가에도 자라고 있다. 그 외 분포지역은 동남 및 동아시아의 아열대 및 열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넉줄고사리에 비해서는 더 따뜻한 곳에 분포하는 셈이다. 

이 식물은 형태학적으로 아주 특별한 데가 있다. 지상부는 길이가 3m에 달하는데, 드물게는 30m까지 자란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길게 자라는 덩굴성 식물이라는 것이 고사리 종류라니 정말 드문 사례다. 땅속을 벋거나 지표면, 나무 등걸, 바위 위를 기는 뿌리줄기들과는 엄연히 구분된다. 공중의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가는 진정한 덩굴성고사리로는 유일한 종이다. 

문제는 우리가 보는 실 같은 줄기는 사실 잎자루라는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잎 전체를 지탱하는 총엽병에 해당한다. 이 총엽병에서 무수히 많은 소엽들이 생겨난다. 이 줄기 같은 총엽병에서 5㎜ 내외의 소엽병이 나와 여기에 10~30㎝ 내외의 소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소엽들은 무성잎과 유성잎으로 다시 그 역할이 나뉘고, 유성잎에서 포자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잎 한 장의 길이가 30m라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보면 아마도 지구상 모든 식물 중 잎의 길이가 가장 긴 식물이 아닐까. 

넉줄고사리가 무슨 뜻일까

넉줄고사리의 '넉줄'이 무슨 뜻일까. 이름이란 그 정체성 자체일 경우가 많다. 그 뜻을 안다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우리의 식물 이름을 알지도 못하는 이상한 말을 붙여 사용해 왔고, 또 그 선취권이니 뭐니 하면서 문제가 있는 이름임을 알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 완강한 저항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넉줄고사리가 그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뜻을 알고 나면 훨씬 후련하고 마음이 놓이는 느낌을 얻을 수도 있다. 

넉줄고사리의 뜻에 대하여 일조각간 '한국 식물명의 유래'에는 '바위 위로 뻗은 줄기를 넉줄(생명선)에 비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치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 무슨 헌터니 뭐니 하는 산채꾼들이 바위를 오를 때 의지하는 줄이 연상된다. 전혀 엉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으니 그저 갸우뚱하게 할 뿐이다.

또 네이버지식백과 '한국생태보감'(www.econature.co.kr)에는 '일본 특산종으로 잎이 1회 우상(羽狀)으로 생긴 줄고사리(구슬고사리; 우리나라에서는 관상용)에서 힌트를 얻어 잎이 4회(넉줄) 우상(羽狀)인 것으로부터 유래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넉줄고사리가 처음 기록에 나오는 것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다. 반면에 줄고사리는 1980년 대한식물도감에 처음 나오니 이것도 갸우뚱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이 넉줄의 의미는 뭐란 말인가. 고려언어연구원간 조선말련관어대사전을 보면 넉줄을 '넌출, 넝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하필 넉줄고사리를 예로 들고 있다. 결국 넉줄고사리는 북한지역 말로 넝쿨고사리라는 뜻이다. 

김찬수 제주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webmaster@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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