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기 베란다 둥지 틀어…알 낳고 새끼도
밤 낮 없는 소음·배설물 악취로 시민 고통

평화의 상징으로 환영받던 비둘기가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도심 아파트 실외기나 베란다 틈에 둥지를 튼 비둘기의 소음과 배설물로 민원이 잇따르며 관계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비둘기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활용하기 위해 서울시청 옥상에서 대량 사육해 개막식때 날려 보냈다. 이후 비둘기는 좋은 번식력으로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많이 서식하게 됐다.

비둘기는 보통 산란 시 한 번에 2알 정도 낳고 야생에서는 연 1~2회 산란에 그치지만 먹이 등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도심에서는 연 7~8회 산란한다.

문제는 높은 곳을 선호하는 비둘기의 특성과 바깥에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이점이 맞물려 아파트 베란다 실외기 틈이 주요 서식 장소가 되고 있다.

제주시 도남동에 거주 중인 주부 김모씨(50·여)는 "실외기 옆에 알을 낳고 새끼까지 쳐 종일 비둘기 울어대는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며 "심지어 배설물 악취와 병균이 집 안으로 들어올까 봐 창문도 맘대로 못 연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제주시에서 비둘기 퇴치망 설치 업체를 운영 중인 오창봉씨(47)는"퇴치망은 설치는 7월부터 9월에 설치가 가장 많은데 올해는 빠르게 더워져 지난달부터 문의가 많다"며 "설치비용이 20만~25만원으로 고가지만 설치를 원하는 고객이 매년 100여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둘기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행정기관에서 비둘기 개체 수를 줄이려는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비둘기는 조류의 특성상 한 곳에 서식하지 않기 때문에 도내에 서식하는 개체 수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포획할 수는 없어 비둘기로 인한 피해 민원이 발생하면 조류기피제를 나눠주는 것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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