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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상한다, 그리고 제주에서 행복해 지고 있다

기사승인 2019.06.18  18: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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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栖(서)·關(관)프로젝트 / 도서관, 마을 삶의 중심이 되다 <6>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

2016년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로 출발, 준조합원까지 100여 가족
지역 안 돌봄·배움·나눔 실현 목표…문방구·서점·작은도서관 등 영역 확장
맞춰가는 법 통해 공동체 배워, '누군가의 집이 교실이 되는'마을학교 희망

"우리 아이들을 마을에서 행복하게 키울 수 있지 않을까". 마중물이 된 생각은 평범했다.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다. '살아 보니'란 변명이 커지며 놓치게 되는 것들을 제대로 붙들자는 목소리에 이내 힘이 붙었다. 마을이란 이름의 관심을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작은 움직임은 경계란 불편한 기준을 허물었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를 읊조리며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이사장 안재홍, 이하 '이음')의 걸음을 따라갔다.

△정말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가

이음 문방구의 문이 활짝 열렸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 왔다. 익숙한 듯 각자 할 일을 찾는다. 연령대가 다르다 보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주고받는 것만도 한 참이 걸린다.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아이들이 배우는 사이, 엄마들은 다른 공간과 시간을 쓴다. '이음'이 꿈꿨던 구상이 절반 정도 현실이 됐다.

'이음'은 지난 2016년 마을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공유한 5가족으로 출발했다. 납읍이라는 마을이 좋아서 모였지만 현실은 여러 부분 안타까웠다. 납읍초는 제주형 자율학교인 '아이 좋은 학교'(2009~2014)에 이어 2015년부터 다혼디 배움학교로 제주형 혁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조건을 갖추기는 했지만 '정말 아이들이 행복한가'라는 물음에는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보다 나은 교육 환경 특히 중학교 진학 등의 이유로 마을을 떠나야 하는 일이 생겼다. 7가족 중 1가족 꼴로 읍에서 동으로 주소를 바꿨다. 지역 안에서 돌봄과 배움, 나눔을 실현해 보자는 생각은 협동조합 창립으로 이어졌다. 참여 가족도 차츰 늘었다.

생각을 펼칠 공간이 필요해지자 조합원들이 나서 발품을 팔았다. 여름방학 중 석면철거 작업으로 방학중 방과후수업이 어려워진 납읍초의 요청으로 '이음'이 나서 납읍리사무소 공간을 빌렸다. 이후 제주지역균형발전지원센터의 지원과 조합원 출자금으로 '이음 문방구'가 탄생했다. 처음 축사였던 공간은 상당 기간 귤 창고로 쓰였다. 용도변경을 하고 리모델링 작업을 하기 까지 손이 안 간 곳이 없을 만큼 정성을 쏟았다.

'없는 것도 있지만 필요한 것은 다 있는'문방구 옆에는 작은 서점을 조성했다. 문방구와 서점 수익은 '이음'운영비로 쓰인다. 나머지는 다목적 공간이다. 학교에서는 하기 어렵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을 받기도 하고 작은 공연이나 회의도 한다. 

요일별로 방송댄스나 뮤지컬, 연극놀이 등이 꾸려진다. 늦은 저녁에는 학부모와 마을 주민을 위한 수업이 열린다.

△함께 생각하고, 같이 이루다

지난달 '이음'은 작은도서관 등록을 마쳤다. 이미 준조합원까지 100가족이 넘어설 만큼 호응도 높다. 납읍초 뿐만 아니라 애월·더럭·어음·곽금초 학생들까지 함께 한다. 아이들을 따라 어른들도 모인다. '재미있게 키워보자'는 생각은 어른들의 상상력까지 건들였다.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 각자의 재능으로 소통하는 일까지 현실로 만들었다. 마을이란 공간에 공동체라는 정신을 보태지며 '살고 싶은 곳'이 되는 마법이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마을학교'라는 개념이 익숙해지며 특별한 일들이 늘었다. 백운경 조합원은 "학교나 집 말고 '나' '우리'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라며 "어떻게 하면 같이 즐겁고 행복할 수 이을까 하는 생각에 나이는 무의미 하다"고 귀띔했다.

'방방이 사건'이 그 중 하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다 보니 다툼도 잦았고, 관리 문제도 생겼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아이들 스스로 찾게 했더니 시간과 인원, 뒷정리 순서 같은 것이 정해졌다.

프로그램을 정하거나 독서 공간 이용 같은 규정을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나부터'가 아니라 '맞춰가는 법'을 알게 한 결과다. 둘 이상 모이면 "좀 더 가깝게 이사 올까 봐"하는 말이 가장 즐겁다는 진담에 가까운 농담을 즐긴다.

3년차 '이음'이 절반으로 남겨둔 꿈은 누군가의 집이 교실이 되고,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마을 학교다.

'지역 사회와 학교가 연계해 서로의 자원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일상에서 배움을 모색한다'는 조금은 딱딱한 개념을 '이음'식으로 풀어갈 생각이다. 

이음의 목표도 같은 방향이다. 협동과 공익선, 보편성, 호혜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는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지칠 정도로 자주 만나 얘기를 하고 학부모들의 '무서운 입소문(신뢰)'을 제대로 활용한다.

안재홍 이사장은 "공교육 틀 안에서는 할 수 없는 유연하고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 대안으로 '이음'을 생각했다"며 "단기간에 변화를 이뤄내기 어렵지만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어른들은 필요한 것을 찾아 열리고 있다. 앞으로 이런 기운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 미 ·이은지·우종희 기자 popmee@hanmail.net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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