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교들이 화재에 취약하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데다 건물 외벽 마감재로 가연성 자재인 드라이비트를 사용한 곳도 수두룩하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대피해야 할 옥상 문이 잠겨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 아이들이 어느 곳보다 안전하게 생활해야 할 학교의 화재 대책이 이렇게 미흡해서야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전국 초·중·고등학교 스프링클러 설치 실태에 따르면 제주지역 설치율은 10.8%에 그친다. 전국평균도 18.63%로 높지 않은데 제주는 이에 훨씬 못미치고 있었다. 스프링클러는 학교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학생들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시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설치율이 낮은 것은 현행법상 교육연구시설의 경우 바닥면적 1000㎡·4층 이상에만 의무화된 탓이다.   

학교 건물 자체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도내 학교들 중에 건물 외벽 마감재로 드라이비트 사용한 곳은 전체(188곳)의 26%인 49곳에 달했다. 드라이비트는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시간이 짧은데다 단열효과가 높아 건축자재로 많이 쓰이지만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번지고 유독가스 발생으로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일부 학교는 화재가 났을 때 아이들이 대피할 수도 있는 옥상 문을 위험하다는 이유로 잠궈놓고 있기도 하다.  

학교는 아이들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또 화재 등이 발생하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안전 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소홀할 일이 아니다. 학교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도 조속히 교체해야 할 것이다. 도교육청이 쓰지못해 남기는 예산도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지 않는가. 아울러 평상시 화재에 대비한 학생들의 대피훈련 강화도 말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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