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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담론] 제주올레 걷기 축제가 보여준 지역 축제의 비전

기사승인 2019.08.13  18: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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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논설위원

2019제주올레걷기축제 참가 모집이 시작됐다. 축제 참가 신청 웹 페이지가 열린지 1주일만에 신청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매년 11월 첫째 주 목·금·토에 열리는 제주올레걷기축제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10년 전 제주올레걷기축제를 열겠다고 했더니 '걷기로 무슨 축제를 만드느냐'고 비아냥거렸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제주올레걷기축제는 매년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불러들이며 제주도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제주 여행을 왔다가 축제를 즐기기보다는 제주올레걷기축제를 목적으로 제주도를 방문하는 참가자가 무려 10명 중 8명(86%)이 넘고, 참가자의 83.9%가 제주도민이 아닌 외지인이다. 

전국 지자체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축제를 개최하지만, 그 축제를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이렇게 압도적인 축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제주올레걷기축제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하루 한 코스씩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잔칫날 같은 풍광과 문화를 즐기는 제주올레걷기축제는 도보여행의 참맛을 살려준다. 제주올레걷기축제 만족도 조사 중 늘 만점에 가까운 최고점을 받는 항목은 '자연풍경'과 '자원봉사자 서비스'. 자연풍경 그 자체를 즐기는 재미도 있지만, 그 풍광과 어우러진 예술 공연이나 체험이 풍경의 맛을 살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알오름을 더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알오름 아래 풍금을 옮겨다 놓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연주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넣는다거나 탁 트인 바다목장 한가운데에 그랜드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로 연주하는 클래식 연주팀의 공연을 배치하는 식이다. 알오름이나 바다목장은 그 풍광만으로도 멋지지만 풍금이나 클래식 연주까지 더해진다면 오랫동안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까지 새겨준다. 축제 자원봉사제도를 운영하면서 매년 축제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운영하는 이유도 참가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기 위함이다. 축제 자원봉사자들은 '한참 힘들 때 올레길을 걸으며 위로받았다. 그 고마움을 갚기 위해 축제 자원봉사를 신청했다'는 사람이 주를 이룬다. 나누는 기쁨을 아는 자원봉사자들의 선한 에너지가 축제를 감동의 장으로 만든다.

물론 보완하고 더 채워야 하는 것들도 많다. 부족한 화장실이나 먹거리 문제는 매년 개선하는데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이동형 축제다 보니, 코스 주변 가게들까지 화장실을 개방해주는데도 늘 부족하다. 마을 부녀회와 함께 먹거리를 준비하지만, 이 또한 모든 참가자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제주올레 식구들은 축제 준비로 지칠 때마다 첫 회 축제를 떠올리며 기운을 내곤 한다. 무리하게 5개 코스에서 5일 내내 동시 진행했던 2010년 첫 축제 때 마을부녀회 먹거리 장사는 망했다. 운영 미숙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지 못한 탓이었다. 당시 사무국 스태프들은 마을 부녀회 부스마다 찾아다니며 고개를 조아렸다.

산더미처럼 남은 재료들을 보며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당시 표선면 토산리 부녀회는 점심 먹거리로 국수를 준비했는데 삶아 놓은 국수의 절반 밖에 팔지 못했다. 그런데도 토산리 부녀회원들은 사과하러 간 제주올레 식구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건넸다. "우리가 국수 팔아 돈 남기려고 제주올레걷기축제를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축제를 잘 즐기고 가서 10년 뒤 20년 뒤에도 계속 이 길을 걸으러 오고 우리 마을을 찾아오게 하려고 이 음식들을 정성껏 준비한 것이다" "온 분들이 잘 즐기고 갔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처음 하는 축제인데 이 정도면 아주 잘했다"라고. 100인 100색인 마을 부녀회의 의견을 조율해가며 축제를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함께 해보자'며 마음을 내어주는 토산리 부녀회 같은 '동지'들도 있으니, 올해도 제주올레 식구들은 축제 준비로 한여름을 보낸다.


안은주 webmaster@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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