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위원실장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제주)는 1997년 8월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도민주체방식(도민주)으로 설립됐다.

제주도는 1996년 8월 1일 도 승격 50주년 기념사업에서 국제컨벤션센터 설립 필요성을 처음 제안한 뒤 도지사가 직접 도내·외에 거주하는 도민과 제주출신 재일교포들을 설득하며 도민주 공모에 나섰다.

도정 최고책임자가 면세점, 아웃렛은 물론 카지노, 한라산 케이블카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알짜사업들을 통해 배당금 지급을 약속하자 많은 국내외 도민들이 주식을 매입했다. 

ICC 제주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현재 도민(개인)주는 도내·외 3755명(62억5900만원), 재일교포 86명(5억5200만원), 양도 주식을 본인 명의로 개서하지 않아 증권예탁원 명의로 기재돼 있는 실기주 1명(7500만원) 등 3842명 68억8700만원으로 총 주식금액 1886억100만원의 3.65%로 집계된다. 이밖에 제주도가 1170억원(62.04%), 한국관광공사 290억2500만원(15.39%), ㈜대우와 부영주택 등 도내·외 76개 법인이 356억8800만원(18.92%)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동북아 최고의 리조트형 컨벤션센터를 지향하며 1997년 8월 창립총회에 이어 2003년 3월 개관한 ICC 제주는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주식 반환을 요구하는 민원이 속출했다.

결국 ICC 제주는 2006년 11월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개인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액면가인 1주당 5000원씩에 매입, 소각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주총 결의는 자사주 소각시 주식 가치 하락을 우려한 대우조선해양㈜의 반발로 백지화됐다. 제주지방법원이 2008년 6월 주총결의 무효확인소송 선고공판에서 "법인·개인주주간 차별대우는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되며 적자 상황에서 투자금 반환은 공익적 조치가 아니라 사적 이익 사항에 해당한다"고 대우조선해양의 손을 들어준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금 반환 요구가 끊이지 않자 마침내 제주도가 도민주 매입 원칙을 천명했다. 지난 4월 컨벤션센터에서 소액주주협의회 회원들과 만난 제주도는 최근 비상장주식거래시장에서 제3자가 취득한 주식을 제외하고 ICC 제주 설립 당시 개인이 매입한 주식만을 사들이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정했다. 

따라서 빠르면 오는 9월 투·융자 심사와 주식 감정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예산에 도민주 매입 예산이 편성되면 상반기 중 도민주 매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매수가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요즘 비상장주식거래시장에서 ICC 제주 주식이 1주당 1600원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점에 비춰 액면가에 못미칠 가능성이 크다. ICC 제주가 주식회사인 만큼 주주들이 주식 매입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직 도지사가 육지부와 도쿄·오사카 등을 직접 돌아다니며 카지노 등 흑자사업을 통한 배당금 지급이 가능하다며 출자를 권유하자 고향발전에도 기여할 겸 출자한 것을 그들의 책임만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나 매정한 처사다. 

연령별 도민주 현황을 보면 연령대 파악이 안되는 해외 86명을 제외한 3755명 중 80세 이상 339명을 비롯, 60세 이상이 1800명을 차지한다. ICC 제주가 지난 2013년 도내 80세 이상 주주 115명을 찾아본 결과 이미 45명은 세상을 떠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순간에도 고령화는 진행되고 사망자도 늘고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도민주 매입이 이뤄진다면 주식 가치에 그들의 애향심과 그동안의 한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차제에 설립 추진 당시 흑자사업 공약에 대한 제주도의 공식 사과와 함께 향후 각종 사업 추진 시 허황된 약속을 남발하는 일을 경계하는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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