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고물가 불편 인상 강해…젊음·축제 등 유인력 한계 노출
극성수기 회피 뚜렷, 가을 시장 지자체 각축 '제주만'특화 시급

여름휴가까지 포기하며 추석 고향행을 계획했던 김유정씨(46·서울시 마포구)는 친정에 "올해도 가기 힘들겠다"는 전화를 넣었다. 평년보다 열흘이나 빠른 데다 일정이 짧다 보니 가족 전체 스케줄을 잡기도 힘들었고 항공권 역시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 포기했다.

계절 음식점을 포함해 사장 명함이 2개였던 A씨(44·제주시 한림읍)는 올해 아예 식당 종업원 자리를 구했다. 여름 장사를 망친 영향이 컸다. A씨는 "여름 장사로 한해 운영비를 융통했었는데 올해는 손해만 봤다"며 "주변에서도 뭘해도 망하는 상황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여름 피서철이 지나자 마자 추석 연휴지만 관련 업계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여름 특수를 기대했던 해수욕장 주변 상권은 올해 이용객 감소로 인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개장 때부터 해파리와 상어 출몰 소식이 잇따랐는가 하면 피서지 물가와 바가지 논란 등 악재가 많았던 탓이다.

심지어 세종대학교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서 바다·해변 평가가 전국에서 가장 우수했지만 정작 해수욕장 방문객은 111만 3000명(제주도·8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 161만4000명에 비해 31% 감소했다.

청정·청결과 리조트·펜션(이상 2위), 식도락·맛집(3위) 등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고, 힐링·휴식도 7위에 오르는 등 인상은 좋았지만 만족도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

축제·행사나 도시·건축·공원, 젊음·유흥 항목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개별 관광객 유치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심지어 물가 항목에서도 전국 17개 시도 중 10위권에도 들지 못할 만큼 비싸다고 느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주에 가고 싶다는 의향이 2017년 63.8에서 지난해 57.7로 떨어졌는가 하면 올들어 8월 51까지 밀렸다. 지난해도 3분기 52.3을 기록하는 등 극성수기는 피하는 경향이 역력했다.

최근 방문한 관광지 조사에서도 강원과 경기·인천에 밀려 3번째 순위를 지키는데 만족했다. 

가을 관광 시즌 개막을 알리는 추석 역시 분위기가 살지 않는 실정이다.

추석연휴(9월 12~15일) 항공권은 임시편 투입에도 불구하고 만석 상황이다. 항공사는 물론 숙박업체와 여행사들이 '늦캉스'를 테마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것 역시 평년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름 휴가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는데다 경기까지 좋지 않아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않는 상황"이라며 "각 지자체가 가을 관광을 테마로 한 상품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항공권 부담을 짊어진 제주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불리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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