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 논설위원

과거 인조 모피의 핵심은 '진짜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짜' 티를 확실하게 내야 더 잘 팔린다. 인조 모피가 윤리적 소비 열풍을 타고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인조모피는 동물의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비건 패션'으로 불린다. 지난 2년간 샤넬,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천연 모피 의류 생산을 중단했다. 인조 모피 시장은 2016년부터 연평균 40% 이상 성장을 하고 있고 2023년에는 약 1억3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19세 스패니시계 여성인 미켈라는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인스타그램에 약 15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셀럽이다. 타임지가 작년 뽑은 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25인에도 들었다. 미켈라는 스타트업 브러드라가 약 600만달러를 들여 만든 가상 모델이다. 미켈라는 요즘 패션쇼와 화보 촬영 등 연예인 보다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흑인 여성 슈두그램은 약 15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 모델이다. 2017년 영국 런던 사진작가 제임슨 윌슨이 만든 슈두그램은 리한나의 뷰티 브랜드 펜티뷰티의 모델 등을 맡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유행어로 떠오른 클래시 페이크(Classy fake)는 고급(classy)과 가짜(fake)를 붙여 만든 합성어로, 진짜를 넘어서는 가짜 상품, 그런 가짜를 소비하는 추세를 의미한다. 이미 패션업계에서는 동물보호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조 가죽과 인조 모피가 진짜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고 채식주의 열풍으로 무섭게 성장한 식물성 고기와 식물성 달걀 등 푸드테크 기반 대체 식품 등은 진짜를 넘어 가짜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가짜 상품을 소비하는 페이크슈머(Fakesumer)는 진짜보다 가치 있는 가짜에 열광하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페이크슈머는 잔인한 도축의 결과물인 천연 가죽보다는 인조 가죽을, 고가의 명품보다는 다양한 패션의 콜라보를, 동물성 식품보다는 식물성으로 만든 대체식품을,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결합한 제품을,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VR을 선호한다. 

친환경 식품을 개발하는 햄튼크릭 푸드는 식물 원료 1500여 종을 실험한 끝에 인조 달걀 '비욘드 에그'를 만들었다. 비욘드 에그는 완두콩과 수수 등 10여 가지 식물로부터 단백질을 추출해서 만든 인공 달걀 파우더로 빵을 만들 거나 오믈렛이나 스크램블 에그를 만드는것도 가능하다. 비욘드 에그는 기존 달걀보다 저렴하고 맛과 영양가가 더 높다. 이 달걀은 동물성 달걀을 줄임으로써 향후 공장형 양계업과 환경오염까지 줄일 수 있는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햄튼 크릭은 비욘드 에그의 개발 이후 빌 게이츠, 세르게이 브린, 제리 양, 리카싱 등으로부터 약 2억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가상비서는 우리와 대화는 물론 기분까지 이해하는 기기로 발전하고 있다. 이 비서가 앞으로 모든 것을 처리해주면서 인간의 개입이 없이 모든 소비가 일어나는 '무접촉 소비(Zero touch consumption)'가 조만간 일상화될 전망이다.

가상비서를 통해 사람들은 점점 더 일상의 지루한 요소를 자동화하려 한다. 즉, 슈퍼마켓에 가서 가정용 일상용품을 사는 일 등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또한 영화속에 등장한 아바타가 일반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아바타가 진정한 디지털 쌍둥이가 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결국에는 여러 서비스에 아바타가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AR·VR 기술 발전을 통해 우리를 대신하는 실물같은(Lifelike) 아바타가 곧 출시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이성을 가상현실 속에서 만나는 일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무엇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진짜일까. 우리는 SNS에 사진을 올릴 때 보다 더 잘 나온 연출 샷을 올린다. SNS 속 우리의 모습은 실제와 다른 우리의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보다 가짜의 현실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짜를 넘어서는 가짜는 우리에게 새로운시대를 예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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