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한전 전신주 제주 운송체계(상)

사진=연합뉴스

올해 8월부터 현장 하차도 변경···타지역 상차도 유지
차량·선박·야적장 거쳐 공급···상하차 잦아 충격 불가피
해상 기상악화때 공급 차질도···한전측 "경비 절감 차원"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하반기부터 제주도에 설치할 콘크리트 전신주 구매 계약 입찰 방식을 변경, 운송과정이 복잡해지면서 품질 관리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종전과 달리 육지부에서 여러단계에 걸쳐 제주에 들어오다보니 잦은 상하차로 인한 제품 파손 가능성과 기상악화때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전력 공급 기반시설인 한전의 전신주 운송체계를 점검해본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8월부터 제주지역 도로 등에 설치할 연간 단위의 콘크리트 전신주 구매에 따른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면서 입찰 조건을 현장 하차도로 변경했다.

이전까지는 공개입찰을 통해 단독 입찰한 도내 제조업체와 한전이 상차도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 공장에서 생산한 콘크리트 전신주 완제품을 차량에 실어 공사현장까지 운송해 왔다.

현재 다른 지역은 예년처럼 상차도 거래 방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주만 올해들어서 입찰 조건을 현장 하차도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고, 육지부 업체가 낙찰됐다.

상차도 방식은 생산업체가 제품을 차량에 싣는 것까지만 책임지고 이후 운송비는 구매자가 부담하는 것이고, 하차도는 생산업체가 구매자가 지정하는 곳에서의 제품 하차까지 운송을 책임지는 조건이다.

문제는 현장 하차도 방식으로 전신주 구매계약이 변경되면서 운송과정이 복잡해진데다 제품의 품질관리도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종전 상차도 방식 때에는 도내 제조업체가 생산한 전신주 대부분을 공장에서 곧바로 공사현장으로 운반하거나 부득이한 경우에 한전과 계약을 맺은 전기공사업체의 중간야적장에 일시 보관해 사용해왔다.

반면 육지부 업체를 통한 현장 하차도는 소량 운반이 불가능해 대량으로 제품을 제주도에 반입해 중간야적장에 상당기간 보관한 뒤 다시 소량 단위로 공사현장으로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육지부 공장에서 항만까지 차량으로, 이어 화물선에 전신주만 선적한 뒤 제주 항만까지 운반하고, 또 다시 차량에 실어 중간야적장으로 옮겨지는 등 여러차례 상하차가 반복되는 과정에 충격에 의한 제품 파손 등 품질 관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체가 육지부에 있는 사정상 관리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 특성상 해상 기상악화로 인한 선박 운송 차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지역의 안전한 전신주 공급을 위해 상하차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송시스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 단위로 상차도 구매 계약을 했지만 육지부 업체는 수익성 문제로 참여가 없었다. 도내 제조업체의 제품 가격이 육지부보다 높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운송비 부담 등 경비 절감을 위해 현장 하차도로 변경하게 됐고, 운송과정에서의 품질관리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권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