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향유하다 4.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②

과거를 현재와 미래의 연결고리 '브랜드'로 활용
집성촌 '사람' 중심, 건축사→마을사→한국사 확장
관광 인프라 구축·보존 치중 대신 문화…숨은 힘

하회마을 전경.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는 안동시가 만든 도시 브랜드다.
안동이란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하는 가장 큰 계기는 1999년 4월 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안동 방문이었다. 당시 영국 여왕이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찾아 안동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며 안동은 '한국 속에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함축 표현됐었다. 

△ '왜 안동인가'

'안동에 종갓집 다음으로 박물관이 많다'는 말은 현재가 있기 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는 방증이다. 안동은 과거의 유산을 세계문화유산, 국보 등으로 적극적으로 지정해 현재와 미래의 자산으로 보존관리하고 활용하고 있다. 그 뿌리에는 지역학인 '안동학'이 있다.

그렇게 '왜 안동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전문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하나의 학문분야가 태동했다. '안동학'(2001~)이다. 서울학(1993~)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등장한 '지역학'으로서 지금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학은 서울시립대를 중심으로 서울의 역사 · 문화 · 민속 · 지리를 연구하는 종합 학문을 일컫는 용어이자 지역학의 대명사다.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던 것이 1996년 서울시가 정도 600주년을 맞은 때를 계기로 발흥했다.

안동학은 웅숭깊은 역사와 다양하고도 특색 있는 전통문화, 고유한 정체성의 의의와 가치를 인정하는 작업으로 시작했다.

안동은 유교, 불교, 민속문화가 고루 발달했고 아직도 잘 보존되고 있는 독특한 지역이다.

안동은 역사적으로 고대에는 북쪽의 고구려와 남쪽의 신라가 만나는 접경 지역이었다. 이 때문에 남북 문화의 특징이 뒤섞일 수밖에 없어 문화적인 통합성을 띄게 된다. 고려왕조의 건국 당시에 태조 왕건을 도운 안동의 삼태사는 지금도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콘텐츠로 꼽히며 각 문중의 추앙을 받고 있다. 조선왕조의 건국 당시에도 역시 안동은 주도세력을 배출했다.

성주풀이의 첫 대목는 "성주의 본향이 어디메냐, 경상도 안동땅 제비원이 본일러라"라는 사설이 나온다. 

이런 배경들로 안동은 경주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고건축분야에서는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영주) 등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 집중 분포 돼 있다.

안동을 대표하는 반가의 주택들은 지역에 여전히 남아있는 문중조직의 중심을 이루면서 아직도 안동은 종친회 모임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종가를 중심으로 끈끈히 뭉쳐져 있는 크고 작은 집성촌들은 건축사적인 측면 외에 마을사 연구의 중요한 대상으로 한국사 연구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조선 시대 등의 생활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안동의 집성촌은 자료의 보고로 첫 손 꼽힌다.

공동체를 유지하는 구심점 중 하나인 '놀이문화'도 남다르다. 하회별신굿과 같은 한국을 상징하는 민속문화들이 원형을 유지하며 지역문화를 넘어 한국문화를 상징하고 있다.

안동 병산서원.

△ 도농격차 해소·터전 존속 해법

안동이 가진 이 같은 문화적 특징과 자산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진 많은 학자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

안동학이란 말은 2001년 4월 한국국학진흥원과 안동대학교 안동문화연구소, 미국 하와이대학 한국학연구소 등 3개 기관이 안동학의 정립과 국제화를 위한 공동연구 협정을 맺으며 등장했다.

공동연구의 목적은 안동학 연구를 세계화하고 공동작업을 통해 나오는 연구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안동학 연구를 세계학계에 소개하자는 데 있었다. 지역학이 단순 연구에 그치지 않고 지역학 자체가 지역발전 및 주민들의 나아진 생활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무엇보다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로 앞으로 전통마을들을 포함한 지역이 존속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하고, 지역의 미래에 전통마을과 역사가 어떻게 존속할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학문적 요구를 담았다. 이런 측면에서 '안동학'은 도농격차를 줄이고, 서울과 지방의 차이와 차별을 줄여서 우리의 터전이 존속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학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안동학은 역사, 철학, 문학, 민속 등 안동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유무형의 문화 전반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발전과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

안동 문화재 현황.

△국제적 연대 든든한 뒷배로

'안동'이란 브랜드에 보태진 가장 이른 국제수식어는 세계역사도시다. 안동은 2004년 10월 27일 경주에서 열린 세계역사도시 연맹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가입했다. 세계역사도시연맹(LHC)은 지난 1987년 11월 18일 교토에서 설립된 이후 현재 49개국 68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두 번째 국제적 브랜드는 세계유산도시이다. 세계유산도시는 지난 2006년 10월2일 세계유산도시연맹(OWHC)에 가입하면서 세계 79개국 226개 도시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에는 국제교육도시연합(IAEC)에 가입해 국제교육도시로도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를 총칭하는 안동의 대표 슬로건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이다. 이 브랜드는 추로지향의 도시, 안동학, 평생학습도시, 독립운동의 성지, 인보협동 고을, 한국의 대표축제, 한국국학진흥원 존개 등 7가지 논거를 근거로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06년 7월4일 특허청에 안동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등록됐다.

안동시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유교문화 콘텐츠'에 집중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된 정부의 경북북부지역 유교문화권 개발 사업을 통해 문화관광 명소를 육성한다. 일반적으로 관광인프라 구축과 보존위주의 사업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집중했다. 이런 안동시의 브랜드사업은 도시의 가치를 올려 경쟁력 확보하고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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