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옇게 변한 강정천 상류 넷길

강정천 상류 공사현장부터 넷길이소까지 건천불구 흙탕물 대량 유입
굴착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맥 연결 의혹…강정마을 주민들 대책 요구

서귀포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천에 흙과 돌가루 등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대량 유입, 제주도가 원인 조사와 함께 수질 검사에 나섰다.

특히 강정마을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교량 설치 공사하면서 지하수맥을 건드려 강정마을 상징인 강정천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한 진·출입 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진입도로(4차로, 폭 25.5m 2.08㎞)와 중로(2차로, 폭 11m 0.11㎞), 우회도로(2차로 0.33㎞ 폭 12m~15.5m), 교량(55.68m  1곳) 등을 개설하고 있다.

강정천 상류 교량 설치 공사 중 굴착모습

하지만 최근 강정정수장과 강정천 상류지역인 '넷길이소' 등에 흙과 돌가루로 추정되는 물질이 대량으로 유입, 물이 혼탁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정정수장 인근에서 40년 가량 농사를 짓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 A씨는 "최근 강정천 물이 부옇게 된 것을 처음 목격했다"며 "다음날에는 강정정수장 주변으로 뿌연 띠가 형성되더니 지금은 정수장 전체가 뿌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정천은 물이 깨끗해 바닥에 돌이 보일 정도인데 여름철 집중호우로 강정천이 범람할 때를 제외하고 물이 혼탁한 것은 처음"이라며 "누런 흙탕물이 아니라 회색빛이 도는 뿌연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강정천 상류 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내 넷길이소 인근에서 진행하는 교량 공사가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량공사를 위한 기초 공사 등을 위해 말뚝을 박기 위해 시공 업체가 15m 가량 굴착한 이후 넷길이소와 강정정수장 물이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지 않는 교량공사지점과 넷길이소 사이에는 지하를 통해 물이 흐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강정정수장 물을 취수해 정밀 검사에 들어가는 등 뿌연 물질 분석에 나섰다.

제주도도 현장 확인 등을 거쳐 교량 공사를 위한 굴착 작업을 중단할 것을 업체에 전달하는 한편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 50여명이 참여해 지난 10월 발족한 강정마을 환경단체인 '더 좋은 일강정' 회장 이상범씨는 "다리 공사를 하면서 굴착하는 과정에서 지하수맥을 건드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지하수맥을 건드렸다면 강정천 수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정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교량 공사를 위한 굴착에 앞서 지난 8월 시험 굴착할 때는 이런 현상이 나오지 않았다"며 "강정마을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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