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 '토종 제주 푸른콩 된장' 장인 박영희씨

박영희씨(오른쪽)와 남편 김민수씨

제주 푸른 콩으로 발효시킨 된장·고추장 등 개발
이달 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향토음식 장인 선정

"4·3으로 피난을 가던 상황에서도 작은 항아리에 장을 담아 가셨대요. 그만큼 제주도에서의 장은 빼놓을 수 없는 향토음식이죠"

뚜껑이 아닌 천으로 만든 망을 쓴 수많은 장 항아리가 질서정연하게 놓여있다.

모두 2대째 가업을 이어 담가진 박영희 장인의 푸른콩 된장이다.

서귀포 일대에서만 자라는 토종 콩인 제주 푸른 콩으로 발효시킨 된장, 간장, 고추장을 담그며 몸과 마음 건강과 환경보전에 앞장서고 있는 제주도향토음식 '토종 제주 푸른콩 된장' 장인 박영희씨.

박씨는 현재 남편 김민수씨를 만나 서울에서 결혼하고 맞벌이를 하다 어머니 양정옥 식품명인의 뒤를 이어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2003년부터 시어머니의 장 만들기 기술을 전수받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박씨가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 전통장을 담그면서 장 만들기에서는 시어머니보다 더 까다로운 며느리가 됐다.

"시어머니의 할머니께서 콩을 심을 때 노란콩은 가축이 먹는 콩이고 푸른콩은 사람이 먹는 장콩이라고 하셨대요. 예로부터 이 지역 일대서 내려온 토종 콩으로 담근 장이 가장 맛있다고 해서 '장콩'이라고 불렀죠. 독특한 푸른 빛을 띠어 '푸른콩' 제주말로 '독새기콩', '푸른독새기콩'이라고도 해요"

박영희씨 부부는 된장의 원료인 최상품인 푸른콩을 얻기 위해 직접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며 씨앗 보존과 확대에도 꾸준히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푸른콩'은 제주도 내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됐고 그 이름을 전국에 알리게 됐다.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12월 중순쯤 햇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푸른곰팡이가 잘 퍼지게 볏짚으로 묶어 띄운 후 소금물에 담가 간장과 된장으로 숙성시키기까지 모든 과정이 공들이기의 연속이다.

이후 2~3년간 잘 묵고 나면 '토종 제주 푸른콩 된장'이 완성된다.

정직한 재료에 정성을 보태 2대째 전통의 맛을 이어온 박영희씨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향토음식 장인 지정에 '토종 제주 푸른콩 된장' 장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영희 장인은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 전통향토음식을 지키고 이어온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특히 올해는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2~3년 뒤 장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이 있다면 매년 농사가 풍년으로 오롯이 내 가족의 고향에서 잊혀가는 음식의 맛을 살리고 이어가며 살고 싶다"고 소박한 마음을 내비쳤다.

박 장인은 "시어머니의 장인정신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며 "자라나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전통 먹거리 중요성을 알리고, 종 다양성의 가치와 건강한 식문화 계승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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