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 부숙도 검사가 의무화되면서 제주지역 영세·고령 축산농가의 걱정이 크다. 부숙도 관리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우려되는 까닭이다. 부숙도는 퇴비 원료(가축 분뇨)가 퇴비화 과정을 거쳐 식물과 토양에 안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부숙된 정도를 말한다. 부숙이 잘 이뤄지지 않은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할 경우 암모니아 가스로 인해 작물에 손상을 주는 것은 물론 악취와 환경오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환경부는 제대로 부숙되지 않은 퇴비 사용으로 인한 악취를 줄이고 가축분뇨 퇴비 품질 향상을 위해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다. 오는 3월25일부터 모든 축산농가가 자체적으로 퇴비 부숙도를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축사 면적 1500㎡ 미만 농가는 '부숙 중기' 이상, 1500㎡ 이상 농가는 '부숙 후기' 또는 '부숙 완료'된 원료만 퇴비로 사용할 수 있는데 기준에 맞지 않는 퇴비를 배출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고령·영세 한우농가다. 부숙도 관리를 하려면 부숙을 위한 퇴비사 공간을 둬야 하는데다 퇴비를 섞는 교반작업 장비도 필요하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농가는 퇴비사와 교반장비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부숙도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소규모 농가들은 퇴비사를 따로 짓거나 교반장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 고령·영세한 도내 한우농가들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도의회 정책연구실이 16일 발간한 정책차롱에서도 이같은 문제들을 지적했다. 축산악취 저감과 가축분뇨 자원화로 지속가능한 축산 발전을 위해 퇴비 부숙도의 철저한 관리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현장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영세 농가들에게 퇴비사나 공동 퇴비장 구축, 교반장비 구입 등에 따른 예산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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