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결과 토대로 지중화 사업 요청…목격자 진술도
반면 한전측 신중론 입장…"관계기관 협의 지속키로"

최근 제주 서귀포시 강정천 인근에서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이 집단 폐사한 가운데 지중화 사업을 놓고 지역 주민과 한전 양쪽이 대립하고 있다.

해당 마을 주민들이 원앙이 통신줄에 부딪혀 죽었다는 부검 결과를 토대로 해당 송배전선에 대한 지중화 사업을 요청했지만 한전측에서는 원앙 사인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원앙 사체들이 발견된 현장에는 고압선과 저압선, 통신줄 등 약 9가닥의 송배전선이 있으며 통신줄은 2016년께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원앙 사체 1구에서 산탄총알 1개가 발견되면서 총에 의해 죽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밀 부검 결과 통신줄에 부딪혀 목과 가슴 등이 부러져 죽었다는 소견이 나왔다.

특히 경찰은 인근 주민으로부터 "원앙이 통신줄에 부딪혀 죽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을 주민 A씨는 "부검 결과와 마찬가지로 마을 주민들 역시 원앙 사인은 통신줄로 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원앙 보호를 위해 지중화 사업을 요청했지만 한전측에서는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전측은 원앙 사인과 관련해 신중론을 제기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원앙이 이처럼 한꺼번에 통신줄에 부딪혀 죽은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사인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지중화 사업과 관련해 계획과 예산을 검토하는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일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는 강정천 상류 일대에서 원앙 사체 6구를 수거하고 날개가 부러진 원앙 1마리를 구조했다.

당시 협회는 현장에서 심하게 훼손된 사체 조각들이 발견된 만큼 13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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