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 취재2팀 차장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래 60여년간 굳어진 형사 절차와 수사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의 권한과 위상이 크게 달라지게 됐다.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검찰 직접 수사 범위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과 경찰을 기존의 '수직적 지휘 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 관계'로 규정했다.

반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면서 검찰 개혁에 이어 경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검찰을 가리켜 '무소불위 권력'이라고 했다면 경찰은 '권력의 공룡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의 시행과 관련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 남용의 통제"라며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에 따라 커지는 경찰 권한도 민주적으로 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를 통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분리 등 남은 입법 과제 해결을 국회에 요청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여당 지도부를 만나는 자리에서 "검찰과 경찰 개혁은 하나의 세트처럼 움직이는 것"이라며 경찰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 권력 비대화를 막기 위해 지난해 제주를 포함한 5개 시·도에 시범 도입키로 한 자치경찰제는 국회 파행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의원 입법으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개혁 입법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는 경찰 개혁 작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경찰 권력 비대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법안 마련 등 후속조치는 당연한 수순이다. 검찰과 경찰 개혁의 핵심은 적절한 견제를 통한 '힘의 균형'이다. 경찰 역시 커진 권한과 무거워진 책임에 걸맞은 쇄신 작업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국민의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