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제주4·3평화교육센터 강당에서 4·3평화재단 등 주최로 열린 '제주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 확인 보고회'에서 유족이 희생자 유해에 손을 얹고 엎드려 통곡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4·3평화재단 등 22일 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보고회
예비검속 8명·군법회의 6명 14명 70년만에 가족품으로

"꿈인 줄 알았어, 꿈인 줄 알았지…"

제주4·3당시 억울하게 끌려가 행방불명된 형 김영하씨(1932년생·서귀포시 토평동)의 유해를 70여 년 만에 품에 안은 동생 김영우씨(83)는 형의 시신을 확인했다는 소식을 들은 때를 떠올리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금방 돌아온다며 손을 꼭 잡았던 형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꼬마는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됐다. 

4·3희생자 고 김영하씨를 비롯한 유해 14구가 70여 년 만에 가족 품에 안겼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22일 오전 10시 4·3평화교육센터 강당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 확인 보고회'를 열었다.

이번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희생자 14명은 예비검속 희생자 8명과 군법회의 사형수 6명으로,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쪽과 동북쪽에서 유해가 발굴됐다.

이 가운데 2명은 4살 터울의 형제인 현봉규씨(1920년생·서귀포시 상효동), 현춘공씨(1924년생)로 밝혀졌다.

특히 이날 신원보고회에서는 2018년 신원 확인자 가운데 지난해 추가 채혈 등 검사를 통해 형제관계임을 입증한 허남익(1921년생·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허남섭(1923년생)씨의 유해도 가족에게 돌아왔다.

22일 오전 제주4·3평화교육센터 강당에서 4·3평화재단 등 주최로 열린 '제주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 확인 보고회'에서 유족이 희생자 유해에 손을 얹고 엎드려 통곡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70여 년 만에 유해로 돌아온 가족을 보자 유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의 온기라도 느낄 수 있을까, 유족들은 유골함 위에 손을 얹고 엎드려 통곡했다. 

14살 때 예비검속으로 형 김영하씨를 떠나보낸 김영우씨는 "처음 형의 시신을 확인했다는 소식을 듣고 70여년 세월동안 마음에 자리 잡았던 응어리가 씻기듯 내려갔다"며 "어디에 묻혔는지 소식을 알 수 없던 형을 이렇게라도 다시 만날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예비검속 희생자 고완행씨(1917년생·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의 딸 고영자(77)씨는 "처음 아버지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며 "비록 언니는 이세상에 없지만 나라도 살아서 아버지를 모실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신원보고회 직후 유족들은 4·3평화공원내 4·3희생자 발굴유해 전시관 봉안관에 희생자들을 운구했다.

재단 등은 지난해 희생자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해 유가족 291명을 대상으로 채혈하는 등 유전자 감식을 벌였다.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405구의 유해를 발굴했고 현재까지 133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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