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제주특별자치도립미술관 올 첫 전시 '혼듸, 봄'  
시각예술 분야 13명 작가 미디어·설치·평면작품 24점
오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시청각 자극 '교감' 시도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허리 숙여 불볕이랑을 기며/태풍 장마에 애간장을 졸이며/누구도 대신하고 싶지 않은 일/누구도 대신하고 싶지 않은 자리에서/올봄에도 내 땅에 씨뿌리는 것"이다. 유난히 비바람에 힘들었던 지난 가을을 넘기고, 코로나 19로 벌벌 겨울을 넘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봄'이 주는 어감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제주도립미술관(관장 최정주)이 2020년 첫 전시로 '봄'을 택한 것은 탁월했다.

시각예술의 벽을 허물고 청각·후각·촉감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꺼내 작품과 '교감'하는 것으로 봄을 부른다. 오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진행하는 '혼듸, 봄'이다.

'함께'라는 뜻의 제주어 '혼듸'에 계절(봄)과 감각적 사유(봄)의 중의적 의미를 엮었다.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출발'이라는 익숙한 느낌을 동반한 때문이다.

한호 작. '영원한 빛-21세기 최후의 만찬'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외에서 시각예술 분야의 의미와 활용 지평을 넓혀온 작가 13명이 미디어·설치·평면작품 24점으로 '함께'한다. 미디어미술분야에 한호, 김세진, 김창겸, 김안나, 제니퍼 스타 인캠프, 유니버설 에브리씽, 설치분야에 한승구, 한경우, 최종운, 조세민, 평면분야에 원성원, 김은형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설치·영상기법의 적절한 활용은 평면으로는 끌어올릴 수 없는 깊이감을 준다. 단순히 보는 행위만이 아니라 냄새 맡고, 귀 기울여 듣고, 더듬어 가는 과정들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최종운 작가의 '오케스트라'는 관람객이 직접 단상에 올라 지휘 동작을 하면 음악이 나오도록 구성하는 등 '관람객'이 작품의 완성을 이루는 경험을 제공한다.

관람객의 메아리가 작품이 되거나 눈보다 코가 먼저 작품을 만나는 특별함이 보태졌다. 이외 빛의 조절을 통한 시시각각 형태를 바꾸는 시도들이 다시 보고, 또 보는 기회를 만든다.

제주도립미술관 최정주 관장은 "이번 전시는 매체가 가진 본질을 뚫고 전통적인 시각예술의 영역에서 벗어나 미술에 대한 상상력을 일깨우고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하고자 마련했다"며 "관찰과 참여, 관계와 소통을 기반으로 감각의 확장과 미학적 진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064-710-4275. 김수환 기자

김창겸 작. '만다라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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