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업 공학박사·창의융합코딩교육연구소대표 (전)중등교장

우리가 어릴 때에는 공책도 없이 백로지나 신문지에 형이나 누나들이 쓰다가 버린 몽당연필을 가지고 글을 쓰다가 부모님에게 연필을 사달라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어른들께서 연필을 예쁘게 깎아야 공부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연필 깎기가 있어도 손으로 정성 들여 깎아서 사용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옛이야기가 된 것 같다. 손으로 글씨 쓰는 기회가 적어 필기도구를 사보는 것도 이젠 드문 일이 되고 있고, 종이로 된 서류에 글씨를 쓸 때도 어색함을 느끼곤 한다.

몽당연필 세대는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공부이고 두뇌 발달과정이라 여겨왔다. 우리의 뇌는 말 그대로 종이에 글씨를 쓰면서 발달한다고 한다. 손으로 쓰는 글씨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 학생들보다 집중력, 학습력이 향상되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와 같은 학습 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낮고, 학습력과 학습 내용에 대한 기억도 더 높으며 뇌를 발달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첨단 디지털 기기의 발달은 새로운 신조어들이 나오게 되고 다양한 새로운 소비자층이 나타나고 있다. 17세기 이후 발생한 시민 혁명, 산업 혁명, 급격한 과학 기술의 발달은 사회 변동을 촉진하였고, 그 결과 사회는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첨단 기기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제는 어디서든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공간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 과거에는 부모와 자식의 나이 차이를 세대 차라고 한다면 요즘에는 두세 살 차이만 나도 세대 차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386세대라고 하면 3은 인생 주기에서 30대, 8은 8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 6은 60년대에 태어난 집단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디지털 세대는 디지털 상품이나 제품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디지털 세대를 대표하는 단어로 4PD족이라고 하는데 핸드폰(P), 컴퓨터(P), MP3 플레이어(P), 프린터(P), 디카(D) 등 5가지 제품을 4가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다.

1950~1960년대를 베이비붐 세대, 1965년~1976년대를 X세대, 1977~1997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해서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디지털 문명 세대를 N세대라고 한다. 가정, 학교, 일터 등 N세대 주위의 모든 공간에는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을 활용해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하며, 컴퓨터를 좋아하고 전자우편에 익숙한 세대이다. 정보를 찾고 자신의 개성이 강하여 독립심, 자율성, 능동성, 감정 개방, 자유로운 표현으로 자기의 혁신과 개발을 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1995년에서 2005년에 출생한 세대를 Z세대라 하며 텔레비전, 휴대전화, 랩톱, 데스크톱, MP3 플레이어 등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가장 잘 만드는 생산자인 동시에 다양하게 즐기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디지털 세대들은 직접 손으로 글씨 쓰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누구든지 연필이나 펜보다는 키보드, 마우스, 터치패드 등의 입력장치가 더 익숙해지고 있다. 손글씨 수업보다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도 중요 하지만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글을 읽고 이해 하는데 도움을 주게 되고 뇌의 인지 발달에도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신뢰 있는 디지털 콘텐츠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가장 잘 만드는 생산자인 동시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소비자가 되어야 하며,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는 교육적 효과를 고려하여 디지털 기기 활용 수업을 하면서 손글씨 교육도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방법의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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