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국 어린이집이 휴원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시내 한 맞벌이 부부는 친정 어머니께 두 아이를 맡겨 돌보고 있다. 박시영기자

당번교사 배치했지만 "눈치·불안감 때문에 못보내"
돌봄휴가 활용방안 현실성 부족…"연차 신청 부담"

"이미 어린이집 휴원·봄방학으로 올해 연차를 모두 사용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걱정입니다"

전국 어린이집이 휴원에 돌입한 27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한 아파트단지에는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바삐 돌아다녀야 할 노란차량 대신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 대신 할머니나 이모 등 지인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만 분주했다.

조부모 이효명씨(63)는 "비상시국에서 나 때문에 손주가 감염될까 두려워 선뜻 돌봐주겠다고 나설 수 없었다"며 "그래도 남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에 가게 문을 닫고 왔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주부 고윤정씨(31)도 "회사에 연차를 쓰겠다는 사람들이 밀려있는 상황인데다 계약직이라 눈치가 많이 보인다"며 "친정부모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오늘 하루만 부탁드렸는데 정말 내일부터는 막막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정부는 전국 어린이집 휴원에 따른 돌봄 공백 방지를 위해 '긴급보육' 시스템을 가동, 당번 교사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정부의 '긴급보육' 제도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이다. 신청자가 없으면 긴급보육 의무가 생기지 않고 어린이집 눈치까지 봐가며 아이를 맡기고 싶은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또 자녀 가정돌봄이 필요한 노동자에 연차휴가와 최대 10일의 가족돌봄휴가(무급)를 활용하도록 권장했지만 이런 권고가 강제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제주시내 어린이집 5곳에 문의한 결과 적게는 정원 97명 중 4명, 많게는 정원 130명 중 20명이 긴급보육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등원한 원아들마저도 평소 하원 시간보다 앞당겨 집으로 돌아갔다. 

맞벌이 부부인 직장인 김란영씨(41)도 "급한 대로 긴급보육을 신청하기는 했는데 속이 말이 아니"라며 "텅텅 빈 어린이집에서 혼자 노는게 심심하다고 내일부터는 가지 않겠다고 해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또 "이미 어린이집 휴원과 봄방학으로 올해 연차를 거의 다 썼다"며 "이대로 부부 중 하나는 일을 그만둬야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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