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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담론] '코로나19'와 수눌음 정신

기사승인 2020.03.25  19: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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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코로나19로 피곤이 더해가는 요즘, 주변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었던 트롯트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상대방을 넘어서야 하는 오디션에서 서로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위로해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상대를 지목하여 두 명이 겨루는 경우에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더 나아 보이는 경쟁자를 지목하여 자신의 탈락을 감수하면서까지 멋진 공연을 보여줘 신선했다. 종영 후 출연자들의 인터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시청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공유했더니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공동의 목표에 대한 공감이 이례적으로 35.7%라는 최고시청률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1등만 돋보일 수 있는 치열한 경연에서도 서로를 챙기고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때 함께 성장하고 진화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어 감동적이었다.

화제의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전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감염증과 전쟁중이다. 멈춰선 일상을 대하는 당혹감 앞에서 생활의 질서가 바뀌고 안전한 삶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음을 깨닫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언제나 위기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이어령 교수는 고통 속에는 창조의 씨앗이 숨어있다고 했는데, 이미 코로나19의 고통은 혁신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안전하고 신속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검진이나 한 달까지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용 나노필터는 우리나라에서 최조로 시도되었다. 이처럼 고통을 줄이려는 필요가 창조적 혁신을 일으키며 세계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변화된 생활패턴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위험한 상황을 보다 빨리 판단하고 대처하려는 보호 본능으로 좋은 기억보다 좋지 않았던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한다고 한다. 게다가 변종 바이러스의 지속적 등장이 예고되고 있어,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언택트(Untact) 소비나 재택근무 방식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해 제주도민들은 많은 불편을 감수하며 비교적 잘 대처해 나가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는 이 고비를 넘긴 이후가 걱정스럽다. 넓은 사회의 후유증과 제주처럼 좁은 지역에서의 후유증이 다를 수 밖에 없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요즘처럼 어려움이 생길 때면 제주인들에게는 수눌음 DNA가 발현되는 것 같다. 수눌음이라는 귀한 전통은 척박한 환경에서 품앗이를 해주며 혼자 농사짓는 사람도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게 해주었다. 고향으로 돌아간 외국인들 대신 기관들이 앞서 자원봉사자들로 일손 부족을 해소할 방법을 마련하고, 도민들도 농산물 소비촉진에 힘을 더하고 있다. 또한, 끊이지 않는 주위의 미담도 위기를 이겨내도록 따뜻함을 준다. 우리에게 각인된 수눌음 정신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주위를 살펴주고 배려하는 마음의 긍정적인 힘을 믿게 한다.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대신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사람 사이의 진정성이 가장 좋은 예방과 치료제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심지어 경쟁을 해야 하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대회마다 위기와 긴장속에서도 공동의 목표에 헌신하고 자신을 내어주다보니 어느 순간 서로를 돋보이게 하고 순위에 관계없이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그 위로의 힘을 재확인한다. 

불안하고 고통스럽지만 이 시기에 겪는 좋은 기억의 반복이, 좋지 않은 기억보다 더 오래 남아 어떤 상황에서나 버틸 수 있게 면역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윤정 webmaster@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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