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9살 고홍준군 갑자기 쓰러져 뇌사판정…현재 수술 앞둬
쉽지 않은 결정…"기증된 눈 통해 따뜻한 세상 봤으면"

"내 아이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여전히 가슴 끝에 남은 아이의 온기를 놓지 않았다. 아직도 '포켓몬스터 몇 마리만 더 잡고 가겠다'고 동네 놀이터를 뱅뱅 돌던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선하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제 아홉 살인 막내와 작별인사를 하면서 부모는 '장기기증'이라는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힘든 결정을 했다.

지난 1일 저녁 갑자기 집에서 쓰러진 고홍준 군(9)은 가족들의 간절한 부름에도 끝내 눈을 뜨지 못하고 5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또래 아이들처럼 노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두 형들과 투닥거리면서도 남다른 우애를 자랑했던 홍준이다. 엄마·아빠에게 서슴없이 뽀뽀를 하던 아이는 '새학년'을 시작도 못 한 채 친구들 곁을 떠났다.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은 아이를 위해 홍준이 부모가 선택한 것은 희망 나눔이었다. 살아야 할 이유를 나누는 것으로 홍준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행복하고 더 부지런히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태어나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한 아이에게 안구까지 기증하는 특별한 선택을 했다. 홍준이는 6일 별이 된다. 코로나19로 긴장된 상태이기는 했지만 홍준이가 나누는 희망을 제때, 절실하고 꼭 필요한 곳에 전하기 위해 전국에서 의료진이 제주에 모였다.

홍준이 가족은 "홍준이는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한다. 호른은 음색이 부드럽고 온화해서 관현악 전체의 악기 소리를 모으고 감싸는 역할을 한다"며 "홍준이로 인해 살 의지를 찾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거라 믿는다. 그렇게 평생 고마운 아이로 기억할 생각"이라고 말을 아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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