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후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총무과장

선거법 개정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 이번 총선부터 소수 정당에게도 원내 진입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많은 정당들이 창당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정당의 수는 무려 35개에 이른다. 아마 이번 선거의 정당투표용지(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가 선거사상 가장 긴 투표용지로 기록될 것이다.

게다가 명칭이 비슷한 정당들도 많아서 유권자가 막상 투표소에 갔을 때 정당을 선택하는 데 고민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투표용지가 길어진 만큼 민주주의 길이가 길어지고, 고민의 길이도 함께 길어졌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정당 및 후보자를 직접 접촉하는 기회가 적은 선거로 진행되고 있어 선거운동이 불충분한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선거와 관련한 방송과 언론보도나 정당과 후보자의 홈페이지 및 SNS에 이전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선관위는 '정책·공약알리미사이트'를 통해 정당과 후보자의 공약을 게시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매세대에 발송하는 선거공보를 통해서도 정책과 공약을 비교할 수 있다.

선거에서 투표할 정당이나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시험을 볼 때 정답을 고르는 과정과 유사하다. 문제의 설명이 길고 선택대상이 많을 때는 단순히 읽는 시간을 늘리기 보다는 출제자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여 정답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 많을 지라도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투표할 정당을 결정하는 기준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마련하는 스마트한 유권자가 된다면 선택의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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