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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제주부 징역 12년 선고한 원심 판결 파기
“범행도구 뒤늦게 압수…증거오염 가능성 배제 못해”

성범죄 혐의로 법정에 선 60대가 최근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흉기를 곧바로 압수하지 않는 등 수사과정에 허점을 드러내면서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최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고모씨(64)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고씨는 지난해 7월 8일 오전 2시13분께 제주시내 한 주택에 침입한 후 잠자는 1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가장 유력한 증거는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흉기에서 검출된 Y-STR 유전자 감정결과”라며 “하지만 유전자 감정결과는 피고인을 진범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Y-STR 유전자 감정결과 20개의 유전자좌위 중 16개의 유전자자위가 검출됐는데, 검출된 유전자좌위가 모두 피고인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그런데 Y-STR 유전자 분석법만으로는 동일 부계의 남성인지 여부만 확인이 가능하고 인적 동일성은 식별할 수 없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흉기에서 지문감식은 곧바로 실시했으나 압수하지 않고 현장에서 철수했다가 6∼7시간이 경과한 후 피해자 모친으로부터 흉기를 임의 제출받아 유전자감정을 의뢰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범행 현장에 출입한 경찰관은 10명 이상 되는 것으로 보이고, 모든 경찰관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감정대상물이 확보된 점 등을 종합해보면 증거 가치가 오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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