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기준 지역 연체 증가율 17개 시도중 3번째…청년 부담 가중
"고용 한파·해고 불안 등 사회 재진입 한계 악순환 등 살펴야"

취업준비생 진모씨(28)는 요즘 가족 눈치를 보느라 하루가 1년 같다. 올초 지역 인테리어 업체에 입사했지만 지금은 '백수'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업체가 문을 닫을 지경이 됐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한명씩 자리를 정리하면서 진씨도 출근을 쉬기로 했다. 진씨는 "입사했다고 옷도 사고 이것 저것 신용카드를 좀 긁었는데 갚을 방법이 없다"며 "학자금 대출도 남아있고 해서 계속 일을 찾고 있는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호텔리어를 꿈꾸던 김모씨(여·28)는 유급휴가 중이다. 근무하던 호텔이 코로나19사태로 영업난을 겪으며 지난 3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4월 받은 월급은 평소의 70% 수준이다. 김씨는 "매달 넣는 적금이 부담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생활비도 부담이 돼서 아예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갈까 생각중"이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가 이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제주지역 20대 청년들에게 쓴맛을 안겼다. 취업한파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용 환경에 대출과 연체금이 급증하는 등 실직과 생활고가 청년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의 고용동향 분석을 기준으로 진씨는 '수입 있는 일이 없으면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고 있고, 일이 주어지면 즉시 일할 수 있는' 실업자다. 김씨는 '특정 사유로 휴직 중이지만 복귀 예정으로 현재 일을 쉬고 있는' 일시 휴직자다.

4월만 제주 일시 휴직자는 2만9000명으로 전달(2만5000명)보다 4000명 정도 늘었다. 취업자수가 3월에 비해 1만명 줄어든 상황까지 감안하면 현장 상황은 심각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구직 활동 제약과 경기 위축에 따른 고용 축소 분위기까지 너나할 것없이 힘든 상황이지만 제주 20대들이 느끼는 충격 정도가 타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샀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코리아크레딧뷰(KCB)로부터 제출받은 개인 대출 현황을 보면 4월 기준 제주 도민 1인당 평균 신용 대출액은 4294만여원으로 전국에서 세종 다음으로 높았다. 이중 신용대출액은 765만500여원에 이른다. 연체금액은 127만5000원이나 된다. 전달 대비 연체증가율은 1.52%로 강원(91만원·1.88%), 경북(158만3000원·1.14%) 다음으로 높았다.

20대 연체자의 1인당 평균 연체금액이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나타나는 등 청년 빚더미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주문됐다.

지역 금융기관 관계자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학자금 대출 부담이 크고 코로나19 여파로 채용 지연이나 해고 사례가 많아지는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며 "소액이라고 해도 연체로 인한 불이익이 앞으로 사회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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