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찬 서예가·시인·논설위원

오늘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멀리 하고자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답답함이 계속되는 하루다. 그러다 보니 텔레비전과 벗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다행히 미스터트롯 프로그램이 우울증 직전의 답답한 마음을 감동과 흥으로 달래주는 것 같다.

평상시에는 무심코 거볍게 들어왔던 대중가요지만 아티스트들마다 개별의 특성을 반영하며, 더하여 싱그러운 쇼(show)가 가미된 즐거운 노래로 변신시켜 준 덕분에 요즈음은 많은 국민들이 웃으면서 즐겨 듣는 국민가요가 된 것 같다. 더구나 잔잔한 가락과 구구절절한 노랫말로 구성지게 짜여 진 노래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려주는 예술임과 동시에 우리가 가장 부드럽게 맛볼 수 있는 순 우리말 가사는 우리 생활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우리 국민정서에 가까운 서정성을 내포하고 있어 더욱 우리 가슴속으로 다가서게 하는 것 같다. 

감흥을 주는 노랫말로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애잔한 가락으로 우리 민족의 대표적 노래라 할 수 있는 절절한 노랫말을 가진 민요 아리랑을 비롯해서, 미스터트롯 본선 3차 팀미션에서 임영웅씨가 눈물겨운 황혼의 헤어짐을 애절하게 휘파람을 섞으면서 열창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새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 머리가 늘어가네/ 모두 다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이 노래는 고(故) 김광석씨가 불러 크게 히트했던 노래인데, 사실은 김목경씨가 영국 유학 시절에 자취방에서 어느 영국 노부부의 다정스런 가정을 넘겨다보던 어느 날 그들의 자식들이 부모님 집을 방문했을 때 노부부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지었다고 한다. 

김광석씨의 노래도 좋지만 블루스 기타리스트인 김목경씨가 직접 부른 원곡이 제 맛이 나는 것 같다고 어느 시청자님은 감상 소감을 피력하기도 한다.

또한 김호중씨는 인생곡 미션에서 사마천씨가 짓고 조항조씨가 노래한 '고맙소'를 가슴 저릿한 자신의 이야기처럼 열창하여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는 진한 감동으로 촉촉하게 적셨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 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 이 나이 먹도록 사람을 잘 모르나 보다/ 사람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술 취한 그날 밤 손등에 눈물을 떨굴 때/ 내 손을 감싸며 괜찮아 울어준 사람/ 세상이 등져도 나라서 함께 할 거라고/ 등 뒤에 번지던 눈물이 참 뜨거웠소/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못난 나를 만나서 긴 세월 고생만 시킨 사람/ 이런 사람이라서 미안하고 아픈 사람/ 나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소/ 남겨진 세월도 함께 갑시다/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한편 서울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를 주제로 하는 작품전시를 개최하여 국민 정서와 시대상, 이념, 생활양식, 행동 패턴, 가치관 등 대중가요 노랫말을 통하여 볼거리, 느낄 거리가 될 수 있게 하여 대중의 생활상을 한 폭의 노랫말 화폭에 담고 있다.

제주 한글서예묵연회에서도 서예로서의 독특한 서체를 활용하여 '한글 꽃 노래로 피어나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제주인들의 혼과 깊은 울림이 담겨져 있는 '느영나영' '구젱기겁데기' '삼춘' '베또롱' '메기독딱' '뚜럼' '빙떡만들기' 등 구수한 제주어 노랫말을 서예작품으로 창작하여 삶을 노래한 노랫말의 감성을 체감으로 음미하면서 코로나19로의 멍든 가슴을 치유하고 위안을 삼고자 하는 전시를 하고 있어 색다른 행복을 느끼게 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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