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교수·융복합관광센터장·논설위원

야수파의 거장으로 꼽히는 앙리 마티스는 니스를 사랑했다. 겨울엔 특히 자주 찾았다. 지중해의 쪽빛바다와 화려한 꽃들이 피어있는 이 지역이 그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해변에 있는 니스나 깐느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많은 예술가들이 경치와 기후에 반해 둥지를 튼 곳이다.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1년동안 일한다는 유럽 사람들에게도 선망의 휴양지다.

이곳에 소피아앙티폴리스가 있다. 기업 대학 연구소가 밀집한 클러스터다. 1974년부터 단지개발에 착수해 1982년부터 프랑스의 국공립연구소·대학연구소를 비롯해 IBM·다우케미컬 등 세계 첨단 연구기관 및 대기업들의 연구소와 공장 등 수백개 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곳은 좋은 기후와 편리한 교통, 훌륭한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어 수준급 연구도시로 성장했다. 우수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산학연 클러스터의 잇점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 이런 클러스터의 모범국은 독일이다. 16개 연방주중 경제력이 가장 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경우 아헨의 연구개발 클러스터, 빌레펠트를 중심으로한 이츠아울클러스터, 도르트문트 중심의 첨단산업클러스터 등 곳곳에 클러스터가 산재해있다. 기업 대학 연구소가 미래먹거리를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이츠아울에서는 공작기계업체 DMG모리, 명품 가전업체 밀레 등의 기업과 빌레펠트대, 파더보른대 프라운호퍼연구소, 지역상공회의소 등 170여 곳이 손잡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된 기술은 여러 중소기업에 제공된다. 이 클러스터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연구하기 힘든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능형 센서, 자동화 부품, 지능형 전력망, 사이버 물리 시스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이츠오울은 2016년까지 총 7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지금도 수십건의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클러스터는 '독일 첨단기술 클러스터 경진대회'에서 최고 클러스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클러스터는 독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인재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먹거리를 준비하는 기업이 있는 한 지역인재들은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기업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를 흡수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도 이런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닌 세계적인 관광지다. 일부 농업과 어업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뭔가 부족하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관광이 타격을 받고 마이스(MICE)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환경오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클러스터 중에서도 연구개발 중심으로 이를 운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독일엔 친환경 클러스터가 얼마든지 있다.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인공지능 바이오 정보통신 스마트농업 등의 미래먹거리가 그 예다. 

이들 프로젝트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이뤄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클러스터 단위에서 성공할 수 있다. 만약 이런 미래먹거리 클러스터를 준비한다면 우선 작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방근무를 싫어하는 젊은이들도 제주도는 선망의 장소다. 그만큼 환경이 매력적인 곳이다. 따라서 좋은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면 인재 확보에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론 제주도에서 인재를 키워 이들 클러스터에 공급하면 우수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유럽의 친환경 클러스터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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