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사회경제부장

지난달 30일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을 둘러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버자야제주리조트(이하 버자야)간 소송전이 법원 강제조정으로 끝이 났다. 예래단지 개발사업이 중단된지 5년 만이다.

문대림 JDC 이사장이 취임한 후협상단을 구성해 버자야와 20여 차례 협상을 진행,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버자야가 JDC로부터 투자금 1250억원을 받는 대신 예래단지 사업을 전부 JDC에 양도하고 모든 소송을 취하키로 해 사업 재개 기대감이 커지게 됐다. 하지만 이번 소송전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부터 행정절차를 진행했던 예래단지 사업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15년을 허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예래단지 토지주들이 제기한 소유권 등기 말소 소송과 환매소송도 풀어야할 과제다. 지금까지 소송을 제기한 토지주는 전체 405명의 절반에 가까운 191명으로 사업 재개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예래단지 정상화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상당한 비용과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예래단지 사업 추진 당시 갈등의 불씨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토지 수용 과정에 충분한 협의와 설득만 있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일부 원토지주들이 제기한 소송을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도내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에 따른 소송도 진행 중이다.

제주도가 2018년 12월 외국인 환자진료에 한해 조건부 개원 허가를 내줬지만 개원시한인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문을 열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가 취소처분을 한데 따른 것이다. 사업자측은 "국제조약이 불문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에 대한 불이익은 없어야 한다"며 국제분쟁 가능성도언급하고 있다.

제주 최대 복합리조트 조성을 목표로 하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경찰이 최근 오라단지 자본검증에 대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해 각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는 했지만 분쟁 가능성은 여전하다.

오라단지 개발사업이 백지화될 경우 사업자측이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오라단지 개발사업을 희망했던 지역주민과 상공업계 등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지역사회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06년 제주특별법에 따라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목표로 특별자치도를 출범했으나 크고 작은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적 역사적 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는 것이 제주특별법 제정 목적이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갈등 관리에 대한 역량 부족이 제주 발전을 가로 막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동우 제32대 제주시장이 지난 1일 취임식 자리에서 현장 시장실 운영을 통해 지역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선 의견 수렴, 후 정책결정 방식으로 갈등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취지다.

제주도정도 지역사회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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