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최근에 우리 집에 손녀가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전세계 유행으로 인해서 외국에 나가지 못한 상황 때문에 내 아들의 딸(손녀)을 데리고 출국을 할 수 없어서 잠깐 우리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났던 습관이 변했다. 6개월된 손녀가 아침 일찍 일어나면 그렇게 무겁던 몸이 가볍게 벌떡 일어나 손녀에게로 갔다. 하루하루의 삶이 그저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기쁨을 주고, 삶의 활력을 주며, 사랑이 내 속에서 샘솟게 하는 아동이 최근에 학대를 받아 사회적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스럽게 생각되었다. 아동학대를 막으려는 전 사회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인 경우가 매년 70% 이상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연도별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매년 증가했다.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001년 2천105건에서 거의 해마다 늘어가 2014년 처음으로 1만건을 넘었다. 2017년에는 2만2천367건으로 약 10배로 늘어났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하는 피해아동수는 2014년 1만명을 상회했고, 2017년에는 1만8천254명이었다. 아동학대로 인한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사망이다. 아동학대 현황을 집계한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총 216명이 아동학대로 숨졌다. 하지만 이런 사망 아동 현황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사례만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왜 이러한 현상이 생겨나는 것일까? 손녀가 우리 집에 온 날이 한 달이 되어간다. 잠투정을 하는 아동을 보살펴야 하고, 밤중에 깨어나는 아이를 누가 데리고 자는가? 필요한 장난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최대 만족도가 높은 장난감을 구비해야 하고, 이유식을 하면서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철저한 소독과 방역에 예민하다 보니까 피로도가 점점 쌓인다. 

아~~ 누군가 말했다. 손주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고 했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 양육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족 구성원이 협력을 하니까 힘들어도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기쁨이 배가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우리 어른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정의 행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는 삶이 무엇일까?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우리의 미래가 밝을 수 있도록 물질과 시간과 건강을 투자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 우리의 건강이 양육에 도움이 되어 기쁨이 있다. 애가 몸을 뒤집게 되면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난리를 피우고, 최근에는 우유에서 이유식을 하면서 잘 먹는다고 감탄을 한다.

배를 바닥에 대고 놀다고 지금에는 양 팔에 힘이 들어가고, 발을 세워서 기는 모습에 박장대소를 하면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는 정말 힘든 손길들이 있었다. 이제 겨우 한달인데 피로가 쌓인다고 하소연하는 내 모습과 대비되는 여성의 모습은 위대하게 보인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에 진정을 담아 존경하게 되었다. 우리 함께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양육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양육하는 엄마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보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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