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드론오렌지 정념 대표

12년 전 제주 정착…건축→컴퓨터→6차산업→콘텐츠
정보데이터 활용 가상현실·플랫폼 등 끊임없는 노력
“제주 브랜드 등 여건 좋아…성공 해석, 준비가 관건”

코로나19’가 세상에 만든 파문은 힘들고 어려운 사정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동안 생각이나 말에만 그쳤던 것을 실현에 옮기는 전환이란 기회도 줬다. 마치 쥘 베른의 공상과학 아니 공상 모험 소설 속에 등장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현실이 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가 1860년대 ‘해저 2만리’ ‘달세계일주’에서 상상했던 비행기와 잠수함, 달 여행이 현실이 되기까지 150년이나 걸렸지만 언택트(비대면·사람과 사람이 직접 접촉하지 않는)세상은 눈깜짝 할 사이 찾아왔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기준이 만들어지고 다시 정비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뜻밖의 것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들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럴 거라 판단하고 추진하던 것이라는 점이다.

㈜드론오렌지 정념 대표(43)의 ‘기회론’이다. 드론오렌지는 제주 기반 스타트업의 대표격이다. 정보 데이터를 활용한 가상·증강현실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든다. 정 대표는 ‘운이 좋았다’는 말로 슬쩍 말을 돌렸지만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고, 끊임없이 준비했다.

‘드론(Drone·무인항공기)’이 산업기술이나 사회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한 것은 불과 몇 년 안 됐다. 그 때만 해도 ‘새로운 시선’이란 수식어와 더불어 항공 촬영 영역만 들여다 봤다. 지금의 드론은 수색 및 구조, 우범지역 감시, 동식물 보호, 산불 감시, 택배 등 활용 범위가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달 우리나라 1호 드론특별자유화구역(드론특구)’ 계획을 내놨을 만큼 미래산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 만이 아니라 많은 지자체들이 K-드론시스템으로 포스트 포로나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 정 대표는 “하다 보니”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제주 사람이 된 지 이제 12년 째다. 대화 중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섞여 나올 정도다. 건축을 전공하고 컴퓨터 공학과 연결한 사업을 하다 제주에는 농업, 특히 6차 산업 키워드를 들고 왔다. 그냥은 연결되지 않은 조각들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하나로 연결된다.

정 대표는 “방목형 축산업을 위해 적합한 땅 정보를 항공 촬영해 정리를 한 것이 영상 디지털 콘텐츠가 됐다”고 말했다. 광고 촬영 등 부업이 늘면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잠시 접어둔 채 드론 사업을 시작했다. 영상 자료가 쌓이면서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할 때 가상현실(VR) 영역에 조명이 비춰졌다. 제주한라대 드론오렌지 산학연기술연구소에서는 드론과 VR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산학연 연구사업으로 특허도 확보했다. 지금은 제주영상문화콘텐츠진흥원 지원으로 언택트 관광 시대에 대응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프로그램인 TIPS(팁스)에 최종 선정됐다. 제주인이 되기로 하고 꿈꿨던 모든 것들을 착실히 이뤄가고 있다. 그런 정 대표의 조언은 현실적이면서도 의미깊다. 정 대표는 “제주는 스타트업을 하기에 타지역에 비해 유리하다. 사업 경쟁이나 배양해 키우기에 지원사업이 잘 갖춰져 있다”며 “다만 제주라는 ‘브랜드’가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은 스스로 준비해서 이루는 것이라는 것, 제주가 출발점은 될 수 있지만 시장은 넓게 봐야 한다는 충고도 보탰다. “성공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는 사업을 크게 키우는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성취감으로 설명할 수 있죠. ‘원하는 어떤 목표를 이뤘다’는 것 만큼 성공적인 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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