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 한 전통시장의 판매코너 앞줄에 ㈜호남샤니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SPC그룹 '제주' 내세운 상품 개발 도내 전통시장 등 진입
지역 제과업체들 "유통 공룡 대응 한계…피해 막대" 호소

국내 굴지의 식품제조 대기업이 제주관광기념품 시장에 진출하며 지역 제주지역의 관광식품 제조업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14일 도내 관광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최근 제주도내 전통시장을 비롯한 관광기념품 판매처에 '제주'를 테마로 한 상품군을 대량 유통시키고 있다. 해당 상품들은 SPC그룹 산하 ㈜호남샤니가 생산하고 경기도에 위치한 SPC삼립이 유통을 맡고 있다.

해당 상품들은 광주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포장 전면에 '제주감귤' '우도땅콩' '제주녹차' '제주한라봉' '제주오름' 등 제주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를 넣는 한편 디자인도 비자림, 섭지코지, 쇠소깍, 우도, 백록담 등 감성적인 제주풍경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마치 제주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인식시키고 있다.

상품군도 타르트, 쿠키, 푸딩형 젤리 등 이미 제주지역 업체들이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상품과 상당 부분 겹친다. 

지역 제과기념품 업체들은 한정된 시장 안에서 거대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과 힘겹게 겨루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돼 고사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제주 관광기념품 시장에서 제과시장은 소규모로 제조되는 영세사업장이 많고, 제주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를 사용해 제주에서 제조하는 지역 특산품의 개념으로 생산·판매하고 상황에서 대기업이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처럼 마케팅하면서 유통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행소비 감소 추세에서 힘겹게 도내 제조업을 지탱하던 중소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고,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대기업-지역경제 상생모델에도 역행하는 만큼 정부·제주도 차원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내 한 제과업체는 "경쟁력 있는 제과류를 제조하기 위해 최근 과감한 투자로 최신 제조설비를 도입했는데 근래 대기업 상품 유통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의 40% 정도를 손해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되돌아올 수밖에 없어 행정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기만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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