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순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비상임 논설위원

양덕순 제주대 교수

행정의 목표는 제반 사회 문제를 해결하여 국민들에게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은 국민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손길이 미치고 있으며, 이를 담당하는 실질적 행위자는 공무원이다.

현대의 공무원 인사관리는 실적주의에 근거한 직업공무원제이다. 실적주의는 공직 채용의 객관성, 공직에 대한 기회 균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신분보장을 강조한다. 이런 실적주의는 1883년 미국에서 펜들턴법이 제정되면서 수립되었다. 그 이전에는 정실주의와 엽관주의가 보편적이었다. 정실주의는 혈연, 지연, 개인적 친분, 기타의 온정관계로 관직을 임용하는 것이다. 반면 엽관주의는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관직을 전리품으로 간주하고 정권이 교체되면 기존의 공직을 자신의 사람으로 교체하는 관직 교체 임용주의이다.

이런 엽관주의는 나름대로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당시의 행정은 일반적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수행 가능한 일이기에 국민 누구에게나 개방하고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민주적이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현대 행정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하기에 엽관주의보다는 직업공무원제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엽관주의적 인사관리 요소가 있다. 고위 정책결정 담당자는 행정기관의 최고책임자와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해야 하고 관료제에 대한 민주적 통제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한 정치적 이념 혹은 충성도만을 가지고 임명된다면 이 역시 인사권을 준 국민에 대한 권력남용이다. 정부 고위직의 경우 정책 개발 및 집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임명이 올바르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인사청문회이다. 인사청문회는 특정한 사람을 일정직에 임용함에 있어 사전에 당사자나 증인·참고인·진술인 등으로부터 진술 또는 증언을 듣거나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여 자격·능력 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이다. 이는 고위 공직에 대한 정치적 임용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행정부 책임자가 인사권의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 권한은 존중하되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인사가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의회의 통제장치인 것이다.

이러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2000년 2월 국회법이 개정되고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부터이다. 인사청문회법 제정과 인사청문회의 실시는 국회의 위상 제고와 국회기능의 활성화라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제주도는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감사위원장과 정무부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의 목적은 주요 공직 후보자에 대한 정책비전과 도덕성, 자질을 검증하는 한편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서이다. 그리고 2014년 시장공모제를 통해 임명된 시장의 낙마로, 제주도정은 공모제로 지명된 시장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자는 의회의 의견을 수용하였다. 더불어 공기업 및 출자 출연기관장 중 도지사가 도의회에 청문을 요청할 경우,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그 대상을 더욱 확대하였다.

하지만 최근 행정시장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제도의 완벽성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운영하는 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제 도민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제주발전을 도모하고 도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지역 정치지도자의 등장을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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