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현택훈 시옷서점 대표

'시집'테마 동네 책방 통해 문화사랑방 시도
이달의시집 등  '시' 만날 다양한 기회 제공

"지금은 한 달 1~2명이지만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시를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이 힘들지 조금씩 늘죠. 사는 게 그렇잖아요"

제주시 아라1동 시옷서점지기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왜 '시'일까. 시집만 다루는 별난 서점을 낸 이는 시를 쓰는 사람이다

시옷서점 지기인 현택훈 시인은 '곤을동'이란 시로 제1회 4·3문학상을 받았다. 여기 저기 이름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지만 그 뿐이었다. 도내 서점에서 제주 지역 작가의 시집을 찾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원한다면 지역 작가의 시집 한 권 쯤은 읽거나 소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시옷서점의 탄생 이유다.

지난 4월 문을 연 시옷서점은 번화가나 상점가가 아닌 연립주택 1층에 있다. 현 시인의 마음을 헤아린 오광석 시인의 도움으로 어떻게 간판은 걸었지만 마음처럼 운영되지는 않았다.

한창 도시개발 중이라 곳곳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인적마저 드물어 "이곳에 책방이 있냐"는 말을 인사처럼 듣는다. 언젠가는 "재고 정리 잘하라"는 덕담아닌 덕담을 들었던 일도 있다. 

사람들의 눈에 확하고 들어오지는 않는 점이 오히려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잠옷처럼 편한 차림으로 오가다 들르는 주민들이 한 두명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덕택에 '시 전문'을 떼고 '동네'라는 수식어를 달아도 어색하지 않게 됐다.

서점에는 지역작가와 도내 출판사의 시집들은 물론 현 시인이 감명 깊게 읽었던 국내 시인들의 시집들이 전시돼 있다.

시인의 이름 대신 시집에서 옮긴 글 몇 부분만 보고 선입견 없이 책을 고를 수 있는 '블라인드 북'코너도 있다.  

60대 어르신이 자신의 연배와 비슷한 나이에 작가가 쓴 것 같다면서 고른 블라인드 북이 막상 개봉해 보니 20대 작가의 것인 걸 확인하고 한참 웃었던 일도 있었다. 

월별 테마에 맞춰 현 시인이 직접 선정한 이달의 시집 코너도 흥미롭다. 휴가철인 7월 고른 시집은 박흥식 시인의 '아흐레 민박집'이다.

서점 내에는 시집 뿐만 아니라 우연찮게 연을 맺은 인민승 삽화 작가의 작품과 '귀한' 동시집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시옷서점은 문화소통의 공간이자 창작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매월 한라산문학회와 라음문학회가 정기적으로 서점에서 문학 활동을 펼친다. 창작시를 평가하는 시학평회도 운영된다. 1년에 한 번 '동인지'를 만드는 회의도 연다.

또한 매주 목요일에는 인근 주민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옮겨 쓰며 창작을 위한 걸음마를 떼는 필사 모임을 열린다.

현 시인은 "자신이 정기 구독하는 시집을 보내 주는 지인도 있고 가구며 이런 저런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만든 공간"이라며 "아직 한 달 수익금이 17만원 남짓한 상황이지만 시를 옷처럼 편하게 즐기게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진짜 '시옷'은 9월 만날 수 있다"는 말도 살짝 흘렸다.

시옷 서점 간판은 일주일에 네 번, 하루 네 시간 불을 반짝인다. 토·일·월·화요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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