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홍양숙 도지정 무형문화재 전동벌립 전수조교

전통식 공예 노하우 독학
실질적 명인으로 인정받아
직접 정동 재배 나서기도
다양한 전승 방법 연구중

"초록빛 줄기의 가느다란 정동을 지붕 위에 가득 널어놓으면 그 빛깔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 빛깔에 홀려 제주전통모자 '정동벌립'에 마음을 쏟은 지 벌써 36년째 랍니다"

대한명인 제06-81호 정공공예 명인이자 제주도무형문화재 제8호 정동벌립 전수조교로 활동 중인 홍양숙씨(56)다.

홍 전수조교가 처음 정동벌립 공예를 시작한 시기는 1981년이다. 어릴 때부터 큰아버지가 대청마루에 앉아 정동을 짜던 모습을 어깨 넘어 늘 보아왔지만, 20살쯤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정동벌립 공예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정동을 짜는 큰아버지의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어요. 잘 말려진 정동 빛깔에 홀딱 반해서 '한번 해볼까요' 물었는데, 큰아버지가 '해보라' 허락하신 게 여기까지 이끌었네요"

정동을 한번 손에 잡으면 집 밖에도 나오지 않고 완전히 몰두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몰라 어머니한테 혼나기도 일쑤였다. 

홍 전수조교는 "처녀가 해가 지도록 남의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싫었겠냐"며 "아궁이에 작품들을 갖다 버린 게 한 두 번이 아니였다"고 웃어보였다. 

그래도 그는 "좋은걸 어떡하냐"며 마음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전통식 정동벌립을 배우기 위해 도내 박물관을 모두 찾아다녔다. 당시 현대식 정동벌립만 제작하던 상황이라 전통식을 배울 수 없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연습해보면서 전통 벌립 짜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사명감보다는 '이끌림'이었다.

결국 정동에 대한 애정은 홍 전수조교를 '명인'으로 키워냈다. 23살이 되던 해에 정동벌립으로 각종 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전승공예대전, 제주관광상품대전 등 출품하는 족족 상을 휩쓸었다. 정동벌립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동벌립이 1986년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홍 전수조교의 영향이 컸다. 당시부터 '실질적인 정동벌립장'으로 주변에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이제 홍 전수조교는 직접 정동을 키우며 정동벌립의 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여년부터 야생 정동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재배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도움을 얻어 정동 씨앗 발아에 성공, 지난 4월 800그루를 밭에 옮겨 심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도 한지를 정동벌립과 접목하는 등 다양한 전승 방법을 연구 중이다.

홍 전수조교는 "무형문화재 전승교육 교육생들의 학구열을 보면 전통의 맥이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며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으면 말로 전승하면 된다. 정동벌립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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