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담 총길이 2만2000여㎞ 도내 전역으로 이어져
동부지역 검은 담 돋보이고 서부지역 겹담 특징
척박한 환경 극복해 온 제주인의 정신 깃들어져

화산지형인 제주는 땅을 파면 검은 돌이 나왔다. 농사를 짓기 위해 골라낸 돌로 담을 쌓았고, 담은 바람과 짐승을 막았다. 돌 많고 바람 많은 제주의 밭담은 그렇게 농업과 농촌을 지켜왔고, 이제 제주의 생활이 되고 문화가 되고 풍경이 됐다. 

△밭담의 성지 제주동부지역

화산섬인 제주의 토양은 화산회토(火山灰土)가 대부분으로 돌이 많아 농사를 짓기 힘들고. 그렇기에 돌을 골라내 쌓아둔 것이 밭담이 되었다. 제주지역 실제 밭담의 총 길이는 2만2108㎞로  만리장성의 3배에 이르른다. 

제주에서도 밭담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은 조천읍과 구좌읍 등 북동 지역이다. 화산회토로 이뤄진 북동쪽 지역에는 돌이 많아 밭담이 오밀조밀한 것이 특징이다. 구좌읍 하도리·김녕리·월정리·행원리 등이 대표적인 제주밭담의 원형 보전지역이다.

매년 제주밭담축제가 개최되는 구좌읍 월정리에는 제주밭담테마공원이 있다. 제주도가 제주밭담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밭담테마공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밭담을 관람·체험할 수 있다.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조성된 14.6㎞의 밭담 도보길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의 구간이 조성돼 있다.

김녕리-월정리 밭담길은 김녕성세기해변에서 구좌체육관-김녕리 밭담길-만장굴 입구 등 2.5㎞로 걸어서 40분 정도 소요된다.

월정리 밭담길은 만장굴입구-월정리-밭담체험테마공원-월정리마을 입구까자 4㎞이며, 한시간여 걸으면서 동부지역 밭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월정리-행원리 밭담길은 월정리 마을입구에서 시작해 행원리 해안도로-해원연대봉까지 2㎞까지 구간이며 걸어서 30분 정도로 가벼운 마음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행원리 연대봉은 2013년 10월 조성돼 주변 밭아을 전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성산읍 종달리도 밭담길로 유명하다. 지미봉에 올라 바라보는 인근 밭담과 성산일출봉의 풍경이 장관이다. 밭담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구좌와 성산읍의 밭담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김녕리·월정리는 바다에서 날아온 모래가 섞여 흙이 다른 지역보다 밝은 색을 뜨기 때문에 돌담의 검은색이 두드러져 경관이 좋다.

△겹담이 많은 제주서부 지역

제주 북동부 지역 못지 않게 제주시 애월읍과 한림읍 등 서북지역 역시 돌이 많아 밭담 명소로 알려졌다. 특히 동부와 서부의 밭담은 지형이나 지질에 따라 형태가 다르다. 애월과 한림지역은 두줄로 쌓은 겹담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한림읍 월령리는 제주도 기념물 제35호인 선인장 자생지로 바람을 타고 월령리에 날아온 선인장 씨앗이 터를 잡아 열매를 맺었다. 포구에서부터 마을안길로 이어진 검은색과 연두색·자주색이 어우러진 월령리 밭담길이 이색적이다.

애월읍 하가리는 '잣동네'로 불린다. 잔잔한 돌이 많기로 유명한 하가리는 작은 돌을 이용해 성처럼 돌담을 쌓았다.

밭담 역시 잔돌로 쌓아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말방아'가 보존돼 있으며, 발방아간 근처에는 '문시행가옥'이 있는데 돌로 만들어진 제주초가의 원형이 남아 있는 등 하가리는 볼거리가 많다.

△농업유산 지정 세계적 가치 인정

바람을 막고, 경계를 만들며, 가축이 밭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1000년 넘게 쌓아온 제주밭담은 제주만의 독특한 농업환경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2014년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이 되면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제주는 밭농업이 99.9%로, 당근·무·감자 등 밭작물은 국내 농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밭담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제주 사람들의 정신이 깃든 제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제주밭담은 지난해에는 지역발전위원회의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으로 'FAO 세계중요농업유'제주밭담'은 제주 농업의 미래이며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제주밭담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고 제주의 미학을 대표하는 문화경관, 생물다양성의 매개물, 미래관광의 핵심코드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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