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3

'4·3 추념 기간'이 마무리를 알렸지만 그 여운은 아직 뜨겁다. 현재진행형인 역사에 어떤 의미로도 '끝'이란 말을 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그 날 이후 늘 검붉었던 섬의 가슴을 동백꽃 배지로 나눴고, '잊어라. 지워라. 속솜하라'는 겁박은 이제 '기억하라'는 외침에 물러섰다. 

정주년이란 의미가 보태지며 예년보다 많은 수의 행사가 치러졌고, 촛불 민주주의의 흐름을 타며 망각의 역사가 박동 치기 시작했다. 

지난 70년의 시간도 그렇지만 앞으로 다시 70년의 시간이 흘러도 '제주 4·3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역사'다. '기억하는 역사'라는 이름 아래 제주4·3에는 '특정한 대상을 집어서, 다른 것이 아니라 곧'이란 의미를 가진 '바로'라는 부사가 달린다.

이유 없이 희생된 목숨들의 비통함과 살아 남은자의 해묵은 속울음, 비극의 틈바구니에서 아직껏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함에 눈을 돌리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4·3'의 바람이 분다. 바람 많은 섬에는 이유가 있다. 4·3을 품은 시인들의 글을 소리내 읽는 것으로 바람이 된다. 사실을 접하고 떠오른 것들을 옮겨낸 작품들과 마주하는 모든 순간이 바람이다.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바람이다. '다시, 4·3'이라 쓰고 두 손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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