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주도, 태풍과 기후 이야기

우리나라 최남단에 동북아 해상 중심 위치 태풍 감지 첨병
지리·지형적 특성 기상학적 가치 높아 기후변화로 더욱 부각 

제주는 태풍의 길목에 있다. 매해 여름이 오면 태풍은 큰 피해를 주는 불청객으로 찾아온다. 반대로 최근처럼 가뭄과 폭염이 극성을 부릴 때면 태풍이라도 와서 시원하게 비도 뿌려주고, 더위도 날려주길 바란다. 그래서 태풍은 '불청객' 이자 '효자'로 여겨진다.

태풍은 강한 비바람으로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주지만 지구 기상현상에서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잡아주는 중재자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바다에 영양염류를 증가시켜 풍어를 가져다주는 긍정적 측면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해 있고, 태풍이 지나는 길에 있는 제주는 태풍과 절대로 뗄 수 없는 관계다. 

예로부터 제주에는 '6월에 태풍 불면 여섯 번 분다'라는 말이 있다. 첫 태풍이 일찍 오면 북서태평양 해상에서 태풍이 발달할 수 있는 기상조건이 그만큼 일찍 형성되기 때문에 내습 빈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여름보다 가을태풍이 더 무섭다'라는 말도 전해지는데 이는 초가을에 제주도 부근에 해역 수온이 높아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선조들은 오랜 경험과 예로부터 이어져온 이야기를 통해 태풍을 연구해 왔으며, 현재 기상학적으로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태풍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족실록을 비롯한 여러 고문서에도 나타나 있다. 중종실록을 보면 '제주·대정·정의 고을에 1514년 8월 대풍우로 나무뿌리가 뽑히고 기와를 날려서 관사와 창고가 무너졌다. 문가 452호와 82척의 배가 파손됐고, 죽은자가 많았다'라고 기록돼 있다.

숙종실록에도 1713년 9월에 '큰 바람이 불고 비가 와서 바다와 산을 뒤흔들어 나무가 부러지고 인가 2000여호가 무너졌고, 사람 또한 많이 압사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제주는 태풍의 길목에 있어 피해를 입지만 그 만큼 기상연구와 기상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제주는 동북아 중심지에 있는 섬이란 지리적 특성과 높이 1950m의 한라산이란 지형적 특성까지 합쳐지면서 세계적으로 기상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는 해안지역은 점차 아열대로 변하고 있지만 중산간 지역은 온대기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한라산 정상부근은 아고산대 기후로 한 지역에서 아열대부터 온대. 아고산대까지 모든 기후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지구적으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특히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제주에 모여들어 감시와 예측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해수온 상승으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슈퍼태풍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와 우리나라는 '나리(2007년)'와 '볼라벤(2015년)' 등 초대형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태풍의 크기와 강도가 강해지고 이동경로다 더욱 유동적으로 변하게 되면 그만큼 제주도의 기상학적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태풍의 길목이자 태풍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도는 앞으로 불어올 태풍의 생성과정을 관측하고, 이동경로를 파악해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후 태풍현상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태풍과 기후변화는 제주도에 있어 위기이다. 하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 제주는 '태풍의 길목'이자 '기상산업의 중심지' 이며 '기후변화 대응의 격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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