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가을, 독서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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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기, 세상속으로의 여행
  독서문화 확산 위한 책의 해
  정신적 풍요위한 양식 쌓아야

지난 2011년 유네스코가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책 3만권을 쌓아 만든 28m 높이의 바벨탑이 등장한다. 바벨탑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사람들이 하늘까지 닿는 탑을 쌓으려고 하자 신이 사람들의 언어를 다르게 해서 탑을 무너뜨렸다고 한다. 이 작품은 설치미술 작가 마르타 미누힌이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에 대한 오마주로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보르헤스의 단편「바벨의 도서관」에는 상상속 거대한 도서관이 등장한다. 하나의 우주와도 같은 이 도서관은 육각형 진열실이 끝없이 연결된 곳이다. 진열실마다 놓인 20개의 책장에는 32권씩 책이 꽂혀 있고, 각 책은 410페이지로 돼 있으며, 각각의 페이지는 40줄, 각 줄은 약 80개의 글자로 돼 있다. 이 책들은 모두 25개의 알파벳과 부호로 쓰여 있고 이 철자들의 가능한 모든 조합으로 표현된 모든 것을 총망라하고 있다. 또 도서관에는 두 권의 똑같은 책이 없다. 

도서관이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변론서(미래에 대한 놀라운 비밀들을 간직한 책)나 인류에 대한 수수께끼를 담고 있는 책, 모든 책들의 암호 해독서 같은 책을 찾아 순례를 떠난다. 또 어떤 이들은 암호 해독서를 읽고 신과 같이 되었다는 사서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도서관에서 그런 책이나 사서를 찾을 확률은 거의 없다. 설령 암호 해독서를 찾더라도 그 사람은 책을 읽고 신과 같은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에게 더 이상 순례는 무의미하다. 책을 찾으려는 인간의 순례는 계속되고 불밝힌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된다. 

도서관 순례자들은 마치 우주의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류의 모습 같다. 책속에 길이 있다고 하지만 막상 길을 쉽게 발견하지는 못하는, 그래도 길을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책 읽기는 무한한 세상속을 여행하는 일이며 이를 통해 나 자신을 찾는 일이다. 책 읽기는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지만 험난한 인생을 여행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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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책으로 소통하고 성장하는 나라, 책 읽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부를 비롯한 민관 단체가 합동으로 추진하는 '책의 해'다. 전국적으로 포럼, 캠페인, 독서대전, 심야책방의 날, 이동책방 등 독서율을 제고하고 출판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책의해조직위원회가 공개한 '독자 개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입시 경쟁을 비롯해 취업준비, 업무부담 등이 독서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당장 입시, 취업, 업무가 중요한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육체의 건강을 위한 양식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정신적 풍요를 위한 마음의 양식도 중요하다. 곳간의 양식은 내가 모을 수 있고 남이 줄 수도 있지만 마음의 양식은 스스로 쌓아갈 수 밖에. 그러니 오늘도, 아니 앞으로도 시간이 날때마다 부지런히 찾아서 읽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 인사가 넘쳐나야 할 것이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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