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정치부장

최근 '대림동 여경 동영상'이 퍼지면서 전국적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여경이 주취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을 두고, 경찰 한명이 범죄자 한명을 제압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여경무용론이나 여혐까지 퍼지는 상황에 이르면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나서 당시 여경이 적절하게 조치를 했다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모 국회의원은 또 다시 여경채용 체력검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으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이다. 30년 전만해도 경찰조직에서 여경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당시에는 사회적 특성상 경찰이 무력진압이 빈번했고, 경찰은 강해야 한다는 이미지가 컸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 말 그대로 민중의 지팡이 역할에 충실해지면서 여경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림동 동영상의 경우 여경 혼자 주취자를 제압할 수 있는냐, 없느냐가 아니라 공권력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했다. 주취자가 출동한 경찰의 뺨을 때리고 심하게 저항을 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무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다른 선진국들은 공권력 침해는 중대한 범죄로 여겨 총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테이저건이나 전기충격기 등을 사용해 제압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흉기난동이 아닌 이상 맨몸으로 범인을 제압해야 한다. 아무리 건장한 남자경찰이라도 한명이 행패를 부리는 주취자를 제압하기 힘들다. 결국 경찰의 범인체포나 연행 등 경찰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지 여경문제를 따져서는 안된다.

분명한 것은 여경이 맡아야 하는 전문적인 경찰업무도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피의자나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사고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성범죄나 아동·청소년 범죄의 경우 여경들이 너서면 조사자들이 보다 안정된 심리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등 이점이 분명히 있다. 여성들이 다수 참가한 불법집회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여경이 앞에 나서는 상황도 많아지고 있다. 여자총경시대는 오래전에 왔고, 이제는 여자 치안감, 치안정감을 넘어 멀지 않은 시기에 여자 경찰청장 시대도 올 것이다. 이번 일이 '여경무용론', '여혐'에 빠지지 않고 경찰조직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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