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상무·선임기자

제주사회가 경기 침체로 아우성이다. 제주 경제를 떠받쳤던 건설·관광산업이 고사 위기에 놓이면서 관련 음식·숙박업종들이 '도미노'식으로 문을 닫거나 폐업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몇 년간 호조를 보였던 관광·건설 등 주력 산업들의 성적표가 저조하면서 자금난이 심화되는 것이 제주경제의 현주소다. 

제주경제에 켜진 경고등은 22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보고서에 그대로 나타났다. 한은 제주본부가 지난해 10~12월 도내 81개 업체를 설문 조사한 결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매출이 부진, '돈 가뭄'을 호소했다. 한은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48.1%가 '자금사정 악화'를, 41.9%는 자금사정 악화 이유로 '판매 부진'을 답했다.

판매부진에 따른 매출액이 하락하자 건설업과 음식·숙박업체들은 영업이익으로 대출금 이자조차도 갚기 힘든 상황이다. 

건설업만 해도 지역내총생산(GRDP)의 12.8%를 차지하고, 고용 창출 등 파급효과가 다른 산업에 비해 높지만 공공·민간부문 전체 수주액이 감소하면서 업체들마다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도내 25개 건설사의 매출액 증가율이 -3.5%로 악화된 가운데 올해 1분기 수주액 역시  20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20억원의 절반에 머물만큼 매출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매출액 감소는 채무상환능력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업체들의 경영부담이 커지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기관 대출금 이자를 감당하는 '이자보상비율'이 건설업은 2016년 902.5%에서 지난해 319.2%까지 하락했다. 음식·숙박업은 2년 연속 관광객 감소와 건설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2017년 기준 이자보상비율이 -60.4%를 기록, 영업적자 심화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광·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지역경제 극복을 위해 제주도정이 나섰지만 헛발질에 그치고 있다. 

민선 6기 당시인 2016년 연간 방문 관광객 1500만명이 넘는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매력적인 관광상품 부족으로 2017년부터 양적 성장 마저 감소, 체면을 구겼다. 심지어 급상승하던 관광객 증가의 양적 성장이 19년만인 2017년부터 처음 감소세로 돌아서자 질적 성장의 대표적 지표인 관광산업의 실질 성장률이 2017년 -6.1%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만큼 뒷걸음질했다.

제주도정의 건설경기 활성화 시책도 외국인투자유치 참사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상반기 제주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실적을 분석한 결과 신고액은 7400만달러, 도착액은 6000만달러에 그치면서 1억달러선이 첫 붕괴되는 참사를 맞았다.

이처럼 건설수주 물량 감소로 업계마다 관광개발사업 등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제주도정은 되레 신규 투자유치 중단을 선언하는 '거꾸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관광개발사업 투자유치의 대안으로 표방한 IT·BT 첨단산업 실적도 지난해 242만달러에서 올해 190만달러로 감소, 소리만 요란한 실정이다. 

제주도정이 위기의 건설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질적 개선을 통한 내부 성장동력 강화가 시급하다. 각종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 등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도 마찬가지다. 제주관광이 청정 자연환경에만 의존해온 고정관념에 빠져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 만한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서둘러 탈출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제주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들 수 있기에 건설·관광업 활성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낼 공직사회의 창의적인 도전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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