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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담론] 십리경제와 라스트핏 이코노미

기사승인 2020.01.28  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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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익 ㈜식신 대표 논설위원

'라스트마일'은 유선 통신 업체가 네트워크 선을 각 가정에 연결하는 과정에서의 마지막 1마일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원래 '라스트 마일'은 사형수가 형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를 의미한다. 마지막 1마일이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하고 소비자들의 최종 만족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에서 최근에는 유통업이나 물류서비스에서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구간의 의미와 함께 소비자 만족의 최종 접점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라스트마일은 근거리 경제를 의미하는 '십리경제'라는 용어로도 사용이 되고 있는데, 서울의 경리단길, 망리단길, 송리단길, 샤로수길과 대구의 봉리단길, 부산의 해리단길 등 전국에 수 많은 'OOO길'이 형성되는 현상이 십리경제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슬세권'이라는 용어도 십리경제 현상의 하나다. 슬세권 슬리퍼와 '○ 세권'의 합성어로, 슬리퍼를 신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의미한다. 슬세권은 슬리퍼 신고 나갈 수 있는 거리에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편의시설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인기 거주지의 입지 조건이 과거에는 역세권과 학군이었다면 최근에는 슬세권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멀리 나가지 않고도 집근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심리에서 기인한다. 경리단길 같은 수많은 'OOO길'이 형성되는 이유도 바로 슬세권 때문이다.

'라스트 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는 고객의 마지막 만족도가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의 주요 요소가 되는 경제를 의미한다. 라스트 핏 이코노미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꼽은 <2020년 트렌드> 키워드 중의 하나이다.

라스트 핏은 '라스트 마일(Last Mile)' 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E커머스가 발달하면서 소비자는 이제 브랜드가 주는 객관적 가치보다는 상품을 직접 만나는 접점에서 느낄 수 있는 주관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객과의 최종 접점에서 최대의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 라스트 핏 이코노미이고 소비자는 라스트 핏을 중심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라스트 핏은 기존의 소비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구매 패러다임으로 구매의 마지막 순간, 고객의 만족도를 최적화하는 '근거리 경제'를 의미한다.

기존의 E커머스 소비자는 구매 의사결정 단계에서 브랜드의 명성, 제품의 퀄러티, 가격 등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지금의 소비자는 최종 접점 단계에서의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소비자의 구매 형태가 '가성비'를 추구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 '가심비'를 추구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 슬세권은 성수동이다. 성수동은 새로운 카페와 맛집들이 생겨나면서 서울의 가장 핫한 골목이 되었다. 또한 인기 있는 거주지로도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슬세권에서는 최소한의 이동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다. 라스트 핏 이코노미 시대의 경제의 중심은 '집 근처' 즉, 슬세권이다. 집 근처에 쇼핑, 문화. 여가 활동 등 일상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올인빌리지 All-in-village'가 최근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뜨고 있다. 최근 지역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의 비약적인 성장도 근거리 경제의 사례로 볼 수 있다.

<2020년 트렌드>에 따르면 라스트 핏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고객의 최종 접점까지 편리하게 배송하는 '배송의 라스트 핏', 두번째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편하게 이동을 도와주는 '이동의 라스트 핏', 세번째는 구매 여정의 마지막을 만족스럽게 장식하는 '구매 여정의 라스트 핏'이다.

최근 경쟁이 심화된 E커머스와 유통업체의 신선식품 배송과 새벽 배송 시장도 배송의 라스트 핏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신선식품을 구매할 경우, 품질, 생산지, 브랜드, 가격 등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지금은 "얼마나 신선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하는가?"가 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구매 결정시에 비교 평가하는 핵심 구매 요인을 'key Buy-ing Factor'라고 한다.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한 E커머스 구매가 늘면서 핵심 구매 요인으로 '배송'이 더욱더 중요해진 것이다.

최근 E커머스는 가격 중심의 효용이 아니라 만족 중심의 효용으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지금 당장 경험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소비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핸드폰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다음 날 새벽에 문 앞에 신선식품이 도착해 있는 편리성이 매력적이라고 소비자는 판단한다. 장기불황 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만족을 추구하는 구매는 점차 더 증가하고 있다.

고객이 마지막 도착지까지 만족스럽게 이동하는 이동의 라스트 핏도 뜨고 있다. 이동의 라스트핏은 카카오T, 티맵, 타다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 쏘카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와 함께 전동킥보드 이동 수단도 포함된 '모빌리티' 서비스가 해당된다.

물건을 구매하여 배송 받고 난 후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의 경험도 중요한 라스트 핏이다. 물건을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포장을 뜯어 상품을 처음 만지는 순간도 매우 중요하다. 구매한 제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언박싱' 과정은 고객의 최종 접점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많은 소비자들은 언박싱 과정을 일종의 의식처럼 행하고 유튜브 등 SNS에 공유한다. 유튜브에서 언박싱 영상은 이미 인기 장르가 되었다. 최근 전자 제품들은 성능 못지않게 포장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라스트 핏은 여행 서비스 시장에도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현지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런던 가정식 쿠킹 클래스', '로마 소규모 와인 파티' 같은 현지에서 체험하는 '액티비티' 투어 상품의 판매가 점차 늘고 있다.

라스트 핏은 소비자 관심 사항에 맞춰 여행을 만드는 'DIY 여행' 시대를 예고 하고 있다.

소비자의 최종 접점에서 최적의 만족을 주는 십리경제와 라스트 핏 이코노미는 이미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 있고 조금씩 성숙되어 가고 있다.

E커머스와 모바일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비대면을 통한 구매와 서비스 이용이 일반화 되면서 라스트 핏 이코노미는 더욱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누가 소비자의 문고리를 잡는가?" 마지막 한순간까지 최고의 만족을 주는 서비스만이 경쟁력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안병익 webmaster@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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