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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적막한 거리에도 화창한 봄날이.

기사승인 2020.04.05  1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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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병찬 서예가·시인 논설위원

온 들판이 꽃물결로 새롭게 단장한 춘삼월이다. 여느 때처럼 입가에 춘삼월이라는 말을 운만 띄워도 즐거웁기만 했을 터인데 지금은 씁쓸하기만 하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날씨가 풀렸는데 코로나는 왜 물러가지 않는지, 환자들의 고생은 물론 의료진들의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예전부터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역병이 돌아서 피해를 주는 일이 허다했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홍역이 창궐하여 어린이들의 목숨을 많이 빼앗아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때는 사회적인 환경이 왜정시대이고 보니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매우 열악했고 그래서 병약한 어린이들이 전염병에 희생되어 들판에는 아기무덤이 즐비했었다. 지금의 사회 환경은 많이 좋아졌다고 보지만 전염병에는 항시 주의하고 또 주의함이 필요하다.

마스크를 낀 채로 전농로 벚꽃 길을 걸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무리 속에서 무아지경에 빠진 나그네의 귓가에는 요란한 꿀벌소리가 벗이 되어 발걸음이 흥겨웠다. 이 좋은 꽃향기 속에서도 코로나 때문에 가시지 않는 우울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처지가 답답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해마다 성시를 이루는 진해에서도 벚꽃축제를 취소하면서 현수막까지 내걸고 관광객들의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요청까지 하게 됐을까? 아무 생각도 없이 벚꽃 길을 내딛는 발걸음 따라 근사록 구절이 떠오른다. "텅 빈 마음으로 세상을 사노라면 천하가 둥지요 벗 아닌 것이 없다." 조금 더 걷노라니 나 자신도 모르게 이기철님 시가 흥얼거려진다.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은 주먹을 쥐고 태여 나 그 손을 펴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태어날 때는 세상에 모든 것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죽을 때는 남아 있는 사람에게 모두 주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간다는 의미라고 한다. 복은 마음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이니 즐거운 마음, 착한 마음, 정직한 마음을 길러 서로 돕고 남을 배려하는 덕을 쌓음에 힘써야 하겠다.

공자님 말씀에 "한평생에 계교는 어릴 때에 있고,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으며,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에 거둘 일이 없으리라."라고 하셨다.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서 어찌 가을에 거둘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어려움 속에서도 나의 일에는 정성껏 매진해야 하겠다. 

코로나 전염병도 무섭지만 정적으로 멈추어버린 시가지 길거리가 더 무섭다. 이렇게 답답할 땐 류인순 시인처럼 천진한 봄놀이도 필요할 것이다.

"뭉쳐 있던 찬바람/ 눈부신 햇살이/ 살살 비벼 풀어주니// 사륵사륵 봄 향기/ 창가에서/ 나풀나풀 춤추고// 살며시 다가와/ 어깨 툭툭 건드리는/ 명주바람 유혹에// 뽀송뽀송한/ 봄 향기 끌어안고/ 하루를 뒹굴었다./" 코로나에 대한 최선의 예방과 치료 방법은 면역력 증진 방법이라고 하는데 이는 충분한 수면과 함께 비타민 A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녹황색 채소나 비타민 C가 많은 사과, 귤, 딸기 그리고 비타민 E가 많은 콩나물, 시금치, 견과류 등의 섭취와 햇볕 쪼이기를 통한 비타민 D 충족 등이 권장되고 있다. 그리고 하루에 8컵 이상의 물을 마시면 면역세포인 백혈구 활동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모두 건강하여 행복을 이어가기 바라며 시 한 수를 붙인다."마음의 밭에 예쁜 꽃씨를 심자/ 빨간 꽃 노란 꽃 파란 꽃/ 춘화추실의 기대를 깔고/ 아름답고 황홀한 꽃밭이 되게/ 정성들여 질박하게 심자/ 마음의 꽃밭에서 풍기는 향기는/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되어/ 지나던 나그네의 발걸음도/ 뭇 사람들의 마음도 달래주는/ 사랑의 꽃향기로 가득하게 피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향기로/ 아픔을 달래주는 향기로/ 어려움도 이겨내는 향기로/ 그래서 세브란스씨가 말한/ 주는 기쁨의 향기로 거듭나게 하자." 

오늘따라 정적의 벽을 박차고 힘차게 일어서는 내일의 활기찬 발걸음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현병찬 webmaster@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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