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예년과 다른 점이 많다. 코로나19 여파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여름이면 가고 싶은 곳 리스트 상위를 차지하던 바닷가도, 수영장도, 시원한 쇼핑몰도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곳이 됐다. 무엇보다 아무리 더워도 마스크는 꼭 써야 한다. 집콕이 늘면서 올 여름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어떻게 여름을 날까 하는 고민에 더 더워진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땀도 식히고, 더위를 이기는 '야호'를 외쳐보자.

 

서귀포 새연교. 자료사진

△해가 지면 새로운 세상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여행 테마로 '야간관광 100선'을 선정했다. 해가 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다.

제주에서는 서귀포시 새연교와 용눈이 오름, 라이트 아트 페스타다. 공통점이 있다. 해가 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두근거림이다.

새연교의 야경이 낯선 사람도 사실 많다. SNS 등을 통해 화려한 자태를 알리고 있기는 하지만 서귀포시에 살거나 머물지 않는다면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야경을 얘기하기 전에 살펴볼 것이 있다. 새연교는 서귀포항과 새섬을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외줄 케이블 사장교다. 전통 고깃배 '테우'를 형상화해 만들었다. '낮'도 괜찮다는 말이다. 새연교의 멋짐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해질 무렵'에 시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 어둠이 깔리기 직전 한껏 짙어진 푸른 하늘빛과 잔잔한 수면, 그리고 다리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은 인상을 던진다. 새섬에서 바라보는 서귀포항의 야경도 놓치기 아쉽다. 새연교만 보는 것이 아쉽다면 걸어서 25분 정도 위치에 있는 매일올레시장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용눈이 오름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야간 트래킹'명소다. 15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탁 트인 오름 정상에서 달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고요를 즐길 수 있다. 멀리 수평선을 밝히는 집어등의 치열함에 한낮 더위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달 이운 날은 별빛을 챙기면 된다. 고즈넉한 맛을 씹으며 주변 오름 군락의 실루엣에 거칠었던 일상을 밀어내는 느낌은 신선하다. 능선이 아름다운 용눈이 오름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아무리 완만하다고 해도 오름이다. 왕복 1시간 내외 정도를 감안해야 하고 혼자 기분을 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좋다'까지가 아니라 '다음'까지 살피는 것도 기본이다. 가지고 간 것은 모두 챙겨오는 룰은 지켜야 한다. 해가 지기 전에 올라 오름의 정상에서 일몰을 보거나, 어둑어둑할 때 올라가 시간을 흘려 보내다 보면 '야호'가 절로 나온다.

또 한 곳 '라이트 아트 페스타'는 올여름은 리뉴얼 작업 등으로 열리지 않는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 도심권 야경 은근한 추억

제주시티투어 야간테마 '제주 도심 속 야간여행 야(夜)밤버스'도 운행중이다.

도심권 야경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10월3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9시20분까지 하루 1차례 운영되며, 이달부터는 목요일까지 주2회 운영한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시작되는 야밤버스는 이호테우말등대와 도두봉, 용담해안도로, 산지천, 동문재래시장 등 제주시 도심권 주요 야간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2층 버스를 타고 제주의 밤 공기에 코를 박을 수 있다. 야(夜)밤 DJ, 이호테우해변 등대 스냅사진 찍기, 해질녘 도두봉 트레킹, 해안도로 피크닉과 거리공연 등 버스가 멈출 때마다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준비했다. 지난해 시범운영에서 인기를 끈 이호테우말등대 포토존까지  약 2시간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야밤버스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발열검사에서 체온이 37.3도를 넘으면 탑승할 수 없다. 

버스에 손세정제가 비치되고, 2석을 1명이 사용하는 등 승객간 일정 거리가 유지돼 운영될 전망이다. 다만, 사전예약에도 잔여 좌석이 생길 경우 당일 현장 판매가 이뤄진다. 요금은 1만5000원이며, 13세 미만 아동은 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제주시티투어 온라인 전용 판매처인 온라인 마켓 '탐나오'에서 가능하다. 고은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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