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상무 겸 선임기자

제주특별자치도는 다른 지역과 같은 지방자치제를 넘어 중앙정부와 협력관계를 맺고 국가의 권한과 책임을 지방에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지방분권 선도모델이다. 1995년부터 지방자치가 본격 부활됐지만 중앙이 지방을 지배하는 방식이 여전해 국가의 미래와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되자 참여정부는 2006년 7월 1일 제주도의 위상을 특별자치도로 격상했다. 제주를 외교 국방 등 국가존립 사무를 제외한 자치입법 자치재정 등 전 분야에 걸쳐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실현토록 한 책무는 제주특별법 제1조에 규정돼 있다.

올해로 출범 15년차를 맞은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지방분권 정책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허용하지 않은 중앙권한 4660건을 이양받아 정부와 협력하면서 도민은 물론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칠수 있는 공공과제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중앙정부가 도민사회의 의견을 무시하며 지역경제에 피해를 입히는 '잘못된 결정'도 적지 않다.지난 10일 기획재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제주지역 대기업의 보세판매장(면세점) 신규 허용 정책이 대표적이다.

원희룡 지사와 도의회를 필두로 제주소상공인연합회, 시민단체, 관광 경제 전공 대학교수 등 도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신세계의 면세점 진출을 반대했지만 기재부는 도민사회를 무시하고, '패싱'했다.

특히 제주를 책임지는 도지사가 지난 4월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지역환원 부족, 관광질서나 지역상권과의 이익 불균형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기재부의 대기업 면세점 신규 진출 허용은 일방통행식이다. 제주도 담당부서가 신세계의 면세점 진출 반대입장을 공식 문서로 보냈음에도 사전 논의 등 일언반구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기재부의 특허 조건도 '눈 가리고 아웅'식이다. 조건으로 2년간 지역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하고, 소상공인 협력방안을 제시했지만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면세점들이 해외명품 판매에 주력하는 실상을 감안할 때 도민사회를 속이려는 얕은 수에 불과할 뿐이다.

신세계의 로비력이 기재부를 움직였는지는 모르지만 도민사회 반발 수위 역시 더 높아질 것임은 분명하다.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내 제주시 연동 소재 뉴크라운호텔 부지에 대형 면세점 신축 및 특허 획득을 목표로 제주 진출을 시도했다가 도민사회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신세계가 정부의 신규면허 허용을 등에 업고 제주 면세점 진출을 다시 추진하면 교통대란은 물론 무너진 골목상권처럼 대기업의 지역경제 잠식으로 도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부산시 경기도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를 이유로 신규 특허를 불허, 제주 홀대론 까지 초래하고 있다. 한국은행 등 국내 경제 관련 연구기관들이 제주의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분석한 현실까지 외면하면서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제주도민의 삶을 결정하고 지배하면 도민들의 반발도 커지기에 지금이라도 대기업의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진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도민합의를 정면으로 무시한 기재부의 결정으로 국정불신이 더 깊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도 기재부로부터 짓밟힌 도민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기재부장관이 갖고 있는 시내면세점의 사업자 선정권한을 도지사로 이양토록 제주특별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 도민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결정토록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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